경기도 일산에 사는 정모(38)씨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해외여행을 준비하던 중 여행사의 제멋대로 ‘횡포’에 기분을 망쳤다.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정씨는 최근 A여행사의 신문광고와 여행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특판 상품’에 눈이 번쩍 뜨였다. 부모 동반 어린이는 가격을 절반 이상 깎아준다는 것이었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정씨는 여행경비 부담을 확 줄일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바로 여행사에 전화를 했다. 그러나 곧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정씨가 원하는 5월 말 상품이 전화한 바로 전날 저녁 매진됐을 뿐만 아니라 할인 적용 어린이도 한명으로 제한된다고 여행사는 설명했다. 상품이 다 팔렸는데도 불구하고 다음날 이전 그대로의 내용으로 실린 광고를 보고 연락한 정씨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특히 어린이 한명만 할인 혜택을 준다는 문구는 광고나 홈페이지 안내문 어디에도 없었다. 5일 여행업계와 소비자보호원 등에 따르면 여행과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여행사들의 과장광고 등으로 인한 여행객들의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소비자보호원이 처리한 여행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건은 모두 187건으로 전년 동기(70건)에 비해 2.6배나 증가했다. 여행 성수기로 접어든 4월에도 60~70건이 처리되는 등 갈수록 피해구제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소보원의 한 관계자는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올수록 소비자를 유혹하는 여행사들의 과장광고가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여행사들은 ▦특판 상품의 적용 대상을 명확히 표시하지 않거나 ▦판매하지 않는 할인상품을 광고한 후 조기 매진을 이유로 다른 상품을 권하고 ▦필요경비를 의도적으로 뺀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고 계약 후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1인당 30만원이라는 B여행사의 중국 여행 광고를 보고 계약한 회사원 김모(40)씨는 “여행사가 계약금을 받은 뒤 상품가격 30만원에는 호텔 식사비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식사대는 추가로 내야 한다고 했다”며 “여행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1인당 5만원을 더 지불했다”고 허탈해 했다. 여행 전문가인 김상민씨는 “파격적인 할인상품일수록 내용이 부실하거나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큰 만큼 계약 전에 여행사에 직접 들러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게 낭패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