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3일 주말에 잠시 짬을 내 경기도 여주군에 있는 상호리 마을을 다녀왔다. 상호리는 농림부가 금년부터 농촌관광(그린투어리즘)을 활성화하기 위해 선정한 녹색농촌체험 시범마을이다.
농촌관광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농촌의 자연경관과 전통문화, 생활과 산업을 매개로 한 도시민과 농촌 주민간의 체류형 교류활동을 말한다.
상호리는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반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쌀이 많이 나는 여주에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옛날에는 범이 나온다 해서 범실이라고도 한 이 마을은 해방 전에는 우리나라 유수의 금 생산지로도 유명해 한때는 350여 호가 넘는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49호만이 사는 마을로 줄어들었다. 농지도 많지 않은 이 마을은 소득원이라고는 농업이외에 별다른 것이 없는 그런 마을이었다.
그런데 마을 지도자의 각고의 노력과 마을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제 이 마을은 농촌관광사업을 추진하려는 농촌 사람들이 전국에서 견학을 오는 대표적인 마을이 됐다.
주민들은 이곳을 찾은 도시 사람들에게 농사체험뿐만 아니라 부근의 옹기 굽는 곳이나 명성황후 생가 등을 보여주기도 하고 전통방식 그대로 멧돌에 콩을 갈아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 순두부를 직접 만들어보게 하기도, 또 찹쌀로 인절미를 만들어 먹어볼 수 있게도 한다.
또한 방마다 화장실ㆍ샤워시설이 돼 있어 우리들이 살고있는 아파트같이 전혀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상호리는 어린 단풍나무나 주목을 화분에 담아 이곳을 찾은 어린이의 이름표를 달아주는 아이디어 등으로 방문객 중 80%이상이 다시 방문할 정도로 고정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재배한 표고버섯 전량을 방문객에게 판매하는 소득을 올리는 농가도 있는 등 마을주민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마을이 가진 제한된 자원을 잘 활용해 마을을 가꿔나가는 모습이 고무적이었다.
게다가 최근에 마을주민들이 합심,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한 마을지(誌)를 발간하는 등 마을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고 있음을 봤다.
상호리와 같이 유기농 쌀ㆍ표고버섯 등 무농약 농산물을 재배하는 친환경농업과 농촌관광을 접목시켜 평균 호당 600만원의 소득을 더 올리는 모델이 농촌지역 활성화의 한 묘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유럽에서는 60년대부터 농촌관광이 활성화돼 각국마다 '농촌휴가협회'를 중심으로 '농촌에서 휴가'를 보내자는 캠페인을 전개해오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도 94년에 '농산어촌 체재형 여가활동을 위한 기반정비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농촌관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우리나라도 여가수요가 늘어나고 도시민의 농촌방문도 늘어날 전망이며 올해의 경우도 현재 빈방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다.
농림부는 올해 처음으로 전국 18개 시범마을(녹색농촌체험마을)을 선정해 지역주민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한편, 우리 농촌의 관광자원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종합정보시시템을 구축하고 있는 등 농촌의 매력을 도시민에게 알리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는 상호리와 같이 열심히 잘 하고 있는 농가ㆍ마을ㆍ조직체의 부족한 분야를 정부가 도와주고 발전을 선도해 나가도록 하고 이를 다른 농가, 다른 마을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 농촌도 활기있고 젊은 사람들이 살 만한 곳으로 가꿀 수 있다고 믿는다.
복잡한 도시생활을 떠나 호젓한 농가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우리가 어릴 때 귀가 따갑도록 듣던 매미 울음소리, 산야에 말없이 핀 야생화들, 금방이라도 머리 위로 쏟아질 듯한 별들을 보노라면 그 옛날 시골길을 달리며 자라온 내 모습이 눈에 선해 감회에 젖게 된다.
/김동태<농림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