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거래소 이사장 인사 파동은 후보추천위원회가 12월 둘째주까지 재추천하기로 함에 따라 외양상 봉합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청와대 외압 파문의 진실 여부 ▦3인 후보의 자진철회 여부 ▦정치권의 압력 ▦공모절차가 지연된 이유 등 ‘4대 의혹’을 둘러싼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간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개연성도 적지않다.
특히 이번 사태로 불거진 모피아(재경부 출신 관료)와 청와대간 갈등은 과거 인사 및 정책과정 등과 결부돼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의 거취 등 개각과 결부시켜 차기 부총리에 대한 하마평마저 본격 거론하는 양상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 포인트는 이 부총리가 지난 26일 오찬간담회에서 갑작스럽게 3인 후보의 사퇴를 밝힌 이유와 추천위원인 권영준 경희대 교수가 밝힌 ‘외압성 전화’의 진위 여부다.
청와대와 관가 주변에서는 이 부총리의 오찬 발언을 ‘의도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오전 거래소 이사장 재공모설(設)과 관련, 김광림 재경부 차관은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은 청와대와 협의할 사항이 아니다”며 “(추천위가 1순위로 추천한)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의 후보 철회도 들은 적이 없다”고 파장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이 부총리는 “3명이 모두 사퇴(철회)했다”며 이를 불과 4시간여 만에 뒤집었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일부에서는 “이 부총리가 청와대에 항명했다”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이 모피아의 독식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정면 충돌로 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과거 증권금융 사장 선임과 ‘이헌재 사단’으로 대표되는 금융기관들의 연이은 이헌재식 코드 인사 때부터 누적됐던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성장-분배론’을 둘러싸고 지속돼온 정책 노선 차이와 부동산세제 개편 등 각종 정책 알력과 중첩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계에서는 이 부총리와 노무현 대통령간 독대가 사실상 끊기는 등 정책 라인에서 이 부총리가 소외되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했었다. ‘이헌재 외에 대안이 없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연말 개각에서 부총리가 교체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최근에는 후임 부총리로 한때 거론됐던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 등을 제치고 청와대와 근거리를 유지해온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이런 배경을 고리로 일각에서는 이 부총리가 자신의 ‘퇴로’를 구축하는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내놓는 상황이다.
파문에서 또 하나 짚어야 할 대목은 권 경희대 교수가 밝힌 ‘외압성 전화’의 진위 여부다. 정광선 추천위원장의 말처럼 단순히 ‘청탁’인지, 아니면 한이헌 전 경제수석을 밀기 위한 ‘실제 외압’이었는지에 따라 사태의 전개 방향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권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온 인물 2명 중 하나로 경남 출신의 K의원을 지목하기도 한다. 아울러 28일 새롭게 불거진 대로 부산ㆍ경남 정치권이 한 전 수석을 밀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상황에 따라서는 청와대 인사 라인에까지 책임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차제에 참여정부 출범 후 확산된 공모제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음모제’로 전락한 공모제의 시스템을 보다 투명하고 현실성 있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