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데뷔 후 이곳이 처음인 스피스가 버디 퍼레이드를 펼친 반면 우즈는 파를 기록하면 다행일 정도로 불안했다. 우즈는 디 오픈 통산 3승에 이곳에서만 2승을 거둔 '올드코스 전문가'. 이번 대회 성적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던 뒤라 더욱 머쓱한 처지가 됐다.
16일 개막한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디 오픈에서 세계랭킹 2위 스피스가 62년 만의 대기록을 향해 산뜻하게 출발했다. 스피스는 마스터스-US 오픈 챔피언. 디 오픈마저 품으면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이다. 이 기록은 지난 1953년 벤 호건(미국) 이후 아무도 달성하지 못했다.
스피스는 1·2번홀과 5~7번홀 버디로 7번홀까지 5타를 줄였다. 지난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존디어 클래식에서 시즌 4승째를 올린 기세를 스코틀랜드까지 가져온 것 같았다. 후반 들어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바꿔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스피스는 상위권에 무난히 이름을 올렸다. 5언더파 67타. 같은 조의 US 오픈 준우승자인 더스틴 존슨(7언더파·미국)을 2타 차로 쫓았다.
올드코스에서의 경험부족이 약점으로 꼽혔지만 이날 오전조가 경기할 때의 올드코스는 악명높은 링크스 코스(영국 바닷가 골프장)답지 않게 평온했다. 최대 변수인 바람은 잔잔했고 개막 전 내린 비로 페어웨이와 그린은 스코어 내기 딱 좋게 부드러워졌다. 스피스가 버디 행진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스피스는 올 시즌 PGA 투어 라운드당 퍼트 수 최소 1위다. 그는 장타자 존슨과 동반 플레이하면서도 드라이버 샷 거리에 욕심내지 않고 냉철하게 경기를 풀었다.
우즈는 4오버파 76타로 마쳤다. 이달 초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서 7언더파(공동 32위)를 치며 재기 조짐을 보였으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14번홀(파5)에서야 첫 버디(1.5m)를 잡을 정도로 힘든 하루였다. 결과적으로 너무 신중했던 게 독이 됐다. 올드코스 공략법을 잘 아는 우즈는 대부분의 홀들에서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로열리버풀에서 열렸던 2006년 디 오픈을 참고한 듯했다. 우즈는 당시 72홀 동안 드라이버를 한 차례만 사용하고 우승했다. 하지만 이날 1번홀에서 뒤땅을 낸 우즈의 아이언은 경기 내내 골칫덩이였다. 1번홀 두 번째 샷이 짧아 도랑에 빠진 끝에 4온 1퍼트 보기로 출발한 우즈는 전반 9홀에서 4타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