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부풀려진 인도 경제위기론


인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성장률이 6%대로 둔화됐음에도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적극적인 경기 방어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급등하고 있다. 상당한 규모의 재정적자, 신용등급 전망 강등, 꼬리를 잇는 부정부패 스캔들, 약화된 정치적 리더십, 외국인투자가에 불리한 조세정책 추진, 가솔린 가격 인상 등 경제에 부정적인 소식들이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췄다. 최근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성장률 전망치를 6.6%로 당초(각 7.5%, 7.2%)보다 낮췄고 인도 정부도 목표 성장률(7.4%)을 하향조정할 태세다.

외풍 잘 견디고 소비·투자회복 빨라


인도 경제가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내부요인이 아니라 외부요인 때문이다. 그 가운데 국제유가와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이 가장 크다. 원유 자급률이 20%까지 떨어진 인도 경제에서 원유 수입액은 전체 수입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데 지난해 원유 수입증가율은 50%에 육박했다. 석탄 수입증가율은 무려 80%가 넘었다. 여기에다 인도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의 재정위기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20%를 넘나들던 인도의 수출증가율이 올해 들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경상수지 적자율도 4%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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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가들은 유럽발 악재가 대두될 때마다 인도 증권시장에서 빠져나갔다. 올 3월부터 줄곧 순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물가압력 때문에 4.25%에서 8.5%까지 높아진 기준금리를 지난 4월 0.5%포인트 내린 후 추가 인하를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둔화와 물가상승, 루피화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 유럽 재정위기가 더욱 악화되고 국제유가가 또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 성장률 전망치의 추가 하향 조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도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 같다는 점이다. 당초 올 하반기로 가면서 유럽 재정위기 상황이 개선되고 글로벌 경기도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유럽 상황을 보면 그 시점은 좀 더 늦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덕분에 국제유가가 하향세를 유지한다면 다행이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인도만큼 외풍에 잘 견디는 내공을 가진 나라도 드물다. 특히 그 회복력은 기대 이상이다. 인도는 2008년 9월 발생한 전대미문의 세계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만 1년 만에 호주와 함께 가장 먼저 출구전략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V자형 회복세를 보여준 나라도 인도였다. 외부 환경만 개선되면 엄청난 내수, 즉 소비 및 투자 수요가 바로 회복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직접투자액 98%나 증가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인도 경제의 회복 시점은 빨라질 것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투자증가율이 선회하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빨리 인도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 이를 예견이나 한 듯 올 3월 끝난 2011 회계연도 기준으로 외국인들의 인도 직접투자액은 365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98%나 증가했다. 월별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치인 81억달러를 기록했다. 일본도 지난해 30억달러 이상을 인도에 투자해 국가별 투자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최근의 인도 경제위기론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최근 인터뷰에서 "인도 코끼리는 한 번 움직이면 멈추지 않는다"고 말한 대목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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