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상적자 탈출구 안보인다

원자재값 폭등…세계경기도 살아날 기미 안보여<br>"올 적자규모 100억弗 넘어설 것" 비관론까지<br>환율상승·신용위기 최악 벗어나 국면전환 기대도

한국경제에 ‘적자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무역수지는 5개월째, 경상수지는 4개월 연속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은 치솟고 세계경기는 둔화 조짐이 분명해 외환사태 이후 최대 위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경상수지 적자가 1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글로벌 신용위기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다소나마 국면전환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무역수지 기록적 적자행진=상품의 수출과 수입 차를 의미하는 무역수지의 기록적인 적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12월 8억6,000만달러, 올 1월 38억5,000만달러, 2월 12억7,000만달러, 3월 8억1,000만달러로 4개월째다. 올 들어 1ㆍ4분기 중 누적액만 59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현재로서는 5개월 연속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수출과 수입은 각각 215억7,000만달러, 255억7,000만달러로 무역적자는 40억달러에 이른다. 통상 수출이 월말에 집중되기 때문에 적자폭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흑자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무역수지가 5개월 이상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1~3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한 반면 수입이 28.2% 급증한 이유는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다. 원유 도입단가는 지난해 평균 배럴당 60달러대에서 올 들어 90달러 이상으로 크게 뛰었다. 지난달은 평균 94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 급등했다. ◇경상적자 탈출구가 안 보인다=상품은 물론 서비스의 대외거래 결과인 경상수지도 4개월 연속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12월 8억1,000만달러, 올해 1월 27억5,000만달러, 2월 23억5,000만달러로 3개월째 연속 적자를 보이고 있다. 고유가 여파로 상품수지가 흔들거리고 있는데다 고질적인 특허권 사용료 및 여행적자 등 만성적인 서비스 적자 탓이다. 하지만 여간해서는 적자 수렁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4월은 외국인 주식배당금 시기여서 외화가 빠져나가는데다 유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5월까지 외국인 주식배당금 송금이 집중되기 때문에 당분간 경상수지는 적자 기조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칫 상반기 내내 적자행진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외환위기 후 최대 고비…전망은(?)=무역수지를 포함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경상수지가 적자의 구렁텅이로 곤두박질치면서 외환위기의 악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경상수지 적자는 231억달러, 상품수지는 150억달러였다. 1997년에는 각각 82억달러, 32억달러를 기록했다. 11년이 지난 올해 1, 2월 두달치 경상수지 적자합계는 벌써 51억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악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지극히 농후하다는 점이다. 외국인 배당금 송금에 따른 소득수지 적자도 부정적 변수이지만 고유가 충격파는 상상 이상이다. 한은은 올 원유 도입단가를 평균 81달러로 전망했는데 현추세라면 100달러 안팎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올 원유 도입 예상량 9억배럴 중 수출 효과를 제외하고 경상수지에 영향을 주는 물량을 6억배럴로 가정하면 연간 100억달러 이상의 추가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한은이 당초 예상했던 30억달러 적자는 물론 정부 전망치인 70억달러의 두 배에 육박하며 외환위기 당시 규모를 넘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출증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이 연초 930원대에서 1,000원 근방으로 급등했고 미국 및 일본 국채가 폭락하는 등 최악의 신용위기가 끝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점은 그나마 경상수지 개선에 긍정적인 변수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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