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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개편 이후 3년 만에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한은법은 지난 65년간 단 9차례밖에 고치지 않았지만 한 번 손을 대면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는 했다. 이번에는 파괴력이 크다. 경제금융계 최고의 명예직으로 불리는 금융통화위원의 수와 임기에 손대자는 의원입법이 잇따라 발의돼 정부 및 금융권의 관심이 뜨겁다. 더구나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린 시점이기도 하다. 금통위원 조직개편은 통화정책 의사결정 구조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재위 소속인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금통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박원석 정의당 의원 등이 발의한 한은법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법 개정 쟁점을 네 가지로 압축해본다.
1 어느 위원 임기가 짧아지나
7일 박원석 의원 등은 금통위원이 한꺼번에 물갈이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 추천 위원 2명의 임기를 4년에서 3년으로 1년 줄인다. 정해방(기재부), 하성근(금융위) 위원 후임이 해당된다. 이렇게 되면 오는 2017년 이후 임명되는 금통위원의 임기는 반수 이하로 돌아온다.
전례도 있다. 1998년 한은·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 추천 위원 3명의 임기를 2년으로 단축했다.
연임도 방법이다. 한은법에 따르면 금통위원은 연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년에 동시 퇴임하는 4명 중 누구를 연임시키고 누구를 퇴임시킬지가 문제다. 금통위원 연임 사례는 1998년 금통위원이 상근이 된 후로 없다.
2 금통위원 2명 늘어나나
17년 만에 금통위원 숫자가 늘어날지도 관심을 모은다. 금통위원은 1998년 9인에서 현재의 7인 체제가 됐다. 6월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7명인 금통위원을 다시 9명으로 늘리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한은 총재 추천 몫(1인)을 2인으로 늘리고 자본시장의 의견을 통화정책에 반영하고자 금융투자협회장에게도 1인의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연봉 2억원이 넘는 자리를 두 개나 더 만든다는 것에 대한 여론은 부담이다.
3 정부 열석발언권 사라지나
정부의 열석발언권 폐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2013년 7월 김춘진 의원 등은 정부의 열석발언권 및 재의요구권 폐지를 담은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한은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도였다.
정부 인사가 금통위에 참석하는 열석발언권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기재부는 지난 2013년 4월부터 열석발언권을 행사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정부가 법을 고치면서까지 권리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4 '금융안정 수단' 쥐어줄까
한은법은 2011년 8차 개정으로 '금융안정'이라는 새로운 책무를 부여받은 후 법안 개정 때마다 몸살을 앓아왔다. 한은은 금융안정 수단으로 자료 제출 요구 대상을 제2금융권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 금융감독원과의 공동검사권을 단독검사권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재부·금융위·금감원 등과의 '밥그릇 싸움'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