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하반기 경제 '최대 복병' 부상… 추경편성·금리인하 명분되나

기재부 논의단계 아니라지만 사태 악화 땐 추경 불가피

11일 금통위 앞두고 압박 세져 금리인하 전망 조심스레 확산

가계대출 폭증 등 부작용 억제… 0.15%P 마이크로스텝 예상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카트 손잡이 부분을 세정제를 사용해 닦고 있다. /송은석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하반기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2·4분기 경제지표까지 지켜본 뒤 추경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정부도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은 역시 마찬가지다. 폭증하는 가계 빚 부담으로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당장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시장으로부터 금리인하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일 "메르스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며 "아직(추경 편성 등) 별도의 대책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형환 기재부 1차관도 이날 한 행사에서 경제 악영향에 대해 "관련 부처와 함께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추경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가 더 확산된다면 추경 편성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현행 국가재정법(89조)에 명시된 추경 요건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예산지출 부족 등 엄격하다. 정부가 추경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지 못했던 이유는 재정난 외에도 현재 경제상황이 추경 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추경 편성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예컨대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면 관광 등 취약 업종과 격리자, 의료기관 등의 지원에 필요한 재정을 긴급 염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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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수부진에 수출 쇼크까지 겹친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다. 미약하나마 꿈틀거리던 내수도 메르스 후폭풍으로 한 번에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2003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 발병 당시 관련국들의 경제성장률은 급락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경 편성 시기를 놓칠 경우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 이달 하순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포함시켜 발 빠르게 움직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은도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저유가·자산효과에 힘입어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논거가 메르스라는 복병을 만나 흔들리고 있다. 지난 2일 공개된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대다수 위원이 수출부진을 우려하며 '비둘기파'적인 색채를 드러냈다. A 금통위원은 "수출감소세 지속으로 회복세가 아직 뚜렷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B 금통위원은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리 보폭을 줄이는 '마이크로 스텝(micro step)'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1999년 금리목표제를 채택한 후 아기 걸음마와 같이 25bp(1bp=0.01%포인트)씩 움직이는 '베이비스텝(baby step)'을 밟아왔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내려오면서 이 같은 보폭의 파급력은 '자이언트 스텝'과 같이 확대됐다.

한은이 예컨대 금리를 15bp 인하해 1.6%로 낮추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시중금리 인하폭도 25bp 인하 때보다 제한적으로 낮아져 가계대출 폭증세도 일정 부분 제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번에 금리를 1.5%로 낮추는 것보다 금리인하 여력을 아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해외 금리 보폭 조정 사례에 등에 대한 조사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달 말 하반기 정책 방향과 발을 맞추기 위해서는 7월보다는 6월에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종=김정곤기자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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