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 체질이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다

'환율 쇼크'로 수출에 먹구름이 끼고 내수침체가 깊어지면서 국내 기업의 재고율이 5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재고율(제조업의 출하량에 대한 재고량 비율)은 121%로 2009년 1월(12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과 내수 동반부진에 따른 생산감소가 투자위축과 고용감소를 초래하고 이것이 다시 경기회복을 억누르면서 기업의 재고증가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월호 쇼크'에 의한 소비부진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영향에 따른 소비위축 등의 요인으로 통신·제약·유통·식음료·은행 등 주요 내수기업 52.3%의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달 전보다 더 하락했다. 환율하락으로 점차 불투명해지는 수출전망도 기업활동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한국무역협회가 8~12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수출기업의 88.5%가 채산성 악화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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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않아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저성장 흐름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체력이 고갈된 지 이미 오래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를 빼고 나면 나머지 기업들의 실적은 더욱 초라해진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결산자료를 토대로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당기순이익이 86조900억원으로 12%나 줄고 영업이익도 140조1,100억원으로 2.4% 감소했을 정도로 채산성이 악화했다. 금융당국이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대상 그룹을 지난해 6곳에서 올해 14곳으로 대폭 늘린 것도 산업계의 체력저하를 보여주는 예다.

기업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환경 전반을 재검토하고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당장 환율방어와 함께 신속한 소비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 기업 역시 지난해 구조조정을 미루다 STX와 동양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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