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물가, 안올라도 걱정?

고유가불구 소비자물가 5년3개월來 최저<br>"원화가치 상승·안정적 공급이 원인" 분석<br>"수요부족이 이유면 기업 수익비상" 우려도

물가, 안올라도 걱정? 고유가불구 소비자물가 5년3개월來 최저"원화가치 상승·안정적 공급이 원인" 분석"수요부족이 이유면 기업 수익비상" 우려도 현상경 기자 hsk@sed.co.kr 물가상승률이 이상하리만치 안정적이다. 이달 초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는 2.0%. 무려 5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격변동이 심한 농산물ㆍ석유류를 뺀 물가(근원물가지수)는 수년 만에 2%선을 깨고 1.9%까지 밀려났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보여준다는 생활물가지수도 2.8%란 경이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수십년간 스태그플레이션 등 인플레 압력에 시달려온 경험을 되살려보면 분위기가 참 이상해졌다. 일본이 거품붕괴로 인한 장기불황에 시달릴 때 ‘가격파괴’ ‘초(超)저물가시대’ 운운하다가 디플레라는 또 다른 망령에 빠져든 좋지 못한 기억을 새삼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석유값은 올랐는데=물가상승의 최대 주범인 유가가 1년 내내 상승세를 지속했음에도 물가가 낮은 점이 신기할 정도다. 그렇다면 물가는 왜 그렇게 고요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을까. 우선 상대적으로 높은 원화가치를 들 수 있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동안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낮아지게 됐다”고 설명한다. 농산물 가격 안정세도 플러스 요인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지난해 태풍 등의 피해로 채소류ㆍ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데 비해 상대적으로 올해는 가격이 크게 내려갔다”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공급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전세계적으로 공급여력이 커지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보편화됐다”며 “지난 90년대 집중적으로 이뤄진 투자를 통해 IT 제품 등 공업상품의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아직 부진 대 위장물가론=저물가의 원인을 수입물가 하락이나 제조기술 혁신 등으로 설명하면 간단해진다. 그러나 물가 안정세의 핵심적인 원인을 수요부족에서 찾으면 문제가 갑자기 복잡해진다. 경기가 회복되면 물가도 어느 정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금융당국은 그 핑계로 금리를 인상한다. 8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다시 콜금리 동결이 확정된 후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이례적으로 “다음달에는 금리가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금리를 올리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낮은 물가는 금리를 인상할 근거를 희석시켜 한은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박 총재는 “경제 내부구조에서 나오는 물가가 아니라 중국의 저임금에 따른 위장된 물가안정”이라는 독특한 논리를 내놓기도 했다. 간단히 말해 “추어탕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수입산 미꾸라지가 넘쳐나 추어탕 값은 오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물가’가 경기불황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물가, 오르지 않아도 문제=낮은 물가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유발한다. 오 상무는 “지금 막 1%대로 떨어진 근원물가지수가 더 떨어질 경우 제품가격 인하로 인한 압력이 상당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저물가’는 달리 표현하면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고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물가의 양면성은 채무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유 본부장은 “실질물가가 낮다는 것은 동시에 부채를 많이 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실질부채가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갚아야 할 빚의 액수는 같더라도 체감물가지수가 낮다 보면 빚의 무게도 더 무겁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입력시간 : 2005/09/0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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