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이제는 모바일 컨버전스 시대

임태윤 <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이동통신산업(서비스ㆍ기기 포함)은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 전략 분야다. 지난 2004년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 규모는 56조원으로 지난 10년 사이 14배 이상 성장했으며 수출품목 순위에서도 95년 23위에서 2004년에는 3위로 급부상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이 급성장한 것은 세계 최초로 CDMA기술을 상용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컬러폰ㆍ카메라폰 등으로 이어지는 휴대폰의 진화발전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휴대폰에는 통화기능 이외에 카메라ㆍMP3ㆍPDA 등 다양한 부가기능이 더해져왔다. 한마디로 모바일 컨버전스인 것이다. 이동통신산업 대전환기 맞아 그런데 최근 모바일 컨버전스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과거의 모바일 컨버전스가 휴대폰에 다른 기능들이 단순 결합하는 것 위주였다면 지금부터는 휴대폰에 서비스까지 결합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통화용도로만 쓰이던 휴대폰이 다양한 서비스의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바일 뱅킹은 계좌이체와 같은 은행업무를 휴대폰으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 휴대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당장 오는 5월부터는 휴대폰으로 지상파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있다. 통신과 방송 서비스가 결합하는 것이다. 모바일 당뇨관리 서비스 등 휴대폰을 이용한 다양한 헬스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또한 보안ㆍ방재ㆍ공공 서비스 등에서도 휴대폰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모바일 컨버전스의 양상이 바뀌면서 이동통신산업의 구조와 경쟁법칙도 예전과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 기능의 단순부가는 주로 휴대폰 제조업체에 의해 독자적으로 이뤄졌지만 서비스의 결합에서는 휴대폰 제조업체는 물론 서비스업체ㆍ콘텐츠업체 등 다양한 업체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휴대폰에 다양한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업체간 사업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다른 업종의 업체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DMB에서는 이동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휴대폰 MP3 서비스에서는 이동통신사업자와 음반업체간 이해 다툼이 심하다. 이와 같이 모바일 컨버전스가 심화되면서 이동통신산업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앞선 인프라, 역동적인 소비자 등에 힘입어 이동통신산업에서 경쟁우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모바일 컨버전스 시대에도 이러한 경쟁우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첫째, 우리 기술이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DMB 등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시되는 서비스들이 국내에서만 사용된다면 세계 최초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내에 상용화된 기술이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채택될 수 있도록 표준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국내에서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ㆍ확산돼야 한다. 둘째, 업계간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할 수 있는 기업 역량이 필요하다. 애플의 아이팟(iPod)은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인 아이튠즈(iTunes)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는데 이 아이튠즈(iTunes) 서비스는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주요 음반업계들을 직접 방문해 설득을 함으로써 출범이 가능했다. 이처럼 모바일 컨버전스 시대에는 서비스ㆍ콘텐츠ㆍ기기 등 다양한 업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기술'글로벌 표준화'등 시급 셋째, 모바일 컨버전스에 맞는 정책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방송은 물론 헬스ㆍ보안 등 새롭게 등장하는 모바일 서비스 부문의 확산과 산업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법과 규제가 우선적으로 정비돼야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취약한 핵심부품ㆍ소프트웨어ㆍ콘텐츠 부문의 경쟁력 확보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한 국가가 2~3세대 이상 기술혁신을 주도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세대와 3세대 이동통신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제 3세대를 넘어 4세대 이동통신산업까지 주도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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