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1월17일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조선 서해 우리 측 령해에 대한 침범행위가 계속되는 한 우리 혁명적 무장력은 이미 세상에 선포한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그대로 고수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우회적으로 서해해상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어 1월30일 발표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에서 북한이 "북남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관련한 모든 합의사항을 무효화하고 '북남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협력, 교류에 관한 합의서'와 그 부속합의서에 있는 서해 해상군사경계선에 관한 조항들을 폐기한다"고 밝혀 또 한번 우리의 관심이 집중됐다.
남북경계선중심무력분쟁의도
북한 당국은 우리가 서해 해상경계선을 침범하고 있으며 남북기본합의서의 관련 합의를 어기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군사대결적 선언을 내놓았다고 호도하고 있다. 남북한이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정전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제2장(남북불가침 제11조))" 하며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남북불가침 부속합의서 제3장(불가침 경계선 및 구역) 제10조)"고 규정함으로써 새로운 관련협상과 합의가 있기 전에는 북방한계선(NLL)을 서해해상경계선으로서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기본합의서 합의를 부정하거나 그 자체를 폐기된 문서로 치부해오면서 NLL을 부정하거나 침범하는 행태를 되풀이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북한은 서해해상경계선을 비롯한 한반도 군사분계선 자체를 모호하게 하거나 폐기를 유도해 남북한 경계선을 중심으로 한 무력 분쟁화를 시도하고 이와 관련한 남북 사회의 여론분열을 조장하려 한다. 이같이 북한은 '특수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군사적 긴장조성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NLL을 침범하거나 직접적인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해해상경계선 관련 남북기본합의서 조항 폐기를 들먹이는 것은 결코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북한 당국의 유치한 대남 위협소동으로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북한이 이를 우리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남북기본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북한은 이미 남북기본합의서를 사문화해온 지 오래다. 북한은 필요에 따라 간헐적으로 남북기본합의서를 그들의 대남행태를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하는 데 이용해온 것이 고작이었다. 남북한 간 합의로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면 더 이상 중요시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는 것이 그들의 일반적인 태도다.
정부, 흔들림없이 NLL 고수를
이번 서해해상경계선 관련 남북합의서 조항 폐기성명으로 북한은 대남 군사적 긴장을 심화시킴과 동시에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대남 전략ㆍ전술적 차원의 명분축적을 꾀하고 있다. 북한은 대남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이제까지 사문화해온 남북기본합의서를 '재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 당국의 이 같은 서해해상경계선 관련 군사적 긴장조성 행위를 통한 대남 위협 선전선동 행위에 조금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NLL을 고수한다는 강한 의지를 견지해야 한다. NLL은 서해해상불가침 경계선으로서 국제법 및 국제관례, 남북기본합의서 규정 등에 비춰 충분한 합리성과 법리적 타당성을 갖기 때문에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설정할 때까지 흔들림 없이 NLL을 고수해야 한다. 군사적 측면에서는 서해 및 서북도서를 적극적으로 통제해 수도권 서측 방어에 대한 적극적 안전 확보를 도모하고 경제적 측면에서는 해상교통로 유지 및 어로구역 확보를 위해서도 NLL 고수의지를 완화하지 않아야 한다. 육상이든 해상이든 국가의 영토는 지키는 대상이지 결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