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금융국제화 서두르자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지난해 10월 초 세계변호사협회(IBA) 연차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보스턴에 갔다가 하버드 로스쿨에서 수학 중인 한국에서 온 여성 변호사를 만났다. 그녀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전통적 금융 허브도시 말고 일본·중국도 국제금융 중심지로 나서려고 애쓰고 있는데 왜 한국만 손을 놓고 있냐고 아쉬워했다.

"십년 후에 한국 사람들은 무엇을 동력으로 살 수 있을까? 한국경제의 미래는 금융시장과 금융업의 발전에 달려 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으로 당선되고 나서 계속해서 법률서비스 국제화를 외쳐 왔는데 정작 큰 그림은 놓치고 있던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 주최 첫 '금융인 오찬간담회'에 나는 비금융인 대표로 유일하게 참석했었는데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금융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때라며 무엇보다 금융의 창의성을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를 당부했다. 즉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규제만 남기고 네거티브 방식으로 모든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응답해 나는 대한변협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법규와 제도 개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박 대통령을 비롯해 그 자리에 참석했던 금융인들도 감명받고 공감을 표했었다. 사실 그 몇 달 전인 10월 말 대한변호사협회가 청와대에 금융 선진화 방안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변협이 왜 갑자기 금융 선진화를 주장하느냐'는 비판이 많이 있었던 터라 나는 이날의 반응이 매우 반갑고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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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IMF 위기에 놀라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놀란 가슴이 아직 진정되지 않았는데 누구를 위한 규제 완화냐며 경계하는 이들도 있었고 기존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을 지양하고 첨단산업과 서비스업의 발전을 통한 지속적 경제성장이 필요한 때라며 격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금융시장과 금융업의 발전'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고 금융 선진화 제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만난 여러 전문가들도 나의 이런 생각이 정말로 필요하다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국제화되고 선진화된 금융시장이 발전할 때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업안들이 새로운 기업과 혁신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고 나아가 개인들에게 혁신적 사업안들을 생성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금융업의 발전으로 금융자본이 선순환하게 되면 그로 인한 혜택은 기업가·투자자·근로자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금융시장과 금융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반 인프라 구축, 적합한 제도, 법규의 도입과 효과적인 운용이 요구된다. 회계·법률·컨설팅·정보서비스 등 금융 관련 비즈니스 서비스 분야도 발맞춰 성장하며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한국에는 전문지식과 어학·국제감각을 갖춘 숙련된 변호사들이 포진하고 있고 유능하고 진취적인 청년들이 그 뒤를 잇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높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정부·민관 및 입법기관이 주도하는 공동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이제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노력'만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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