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총선 현장] 서울 동작을 정동영-정몽준

서울 동작을 지역구로 4·9총선에 출마한 정동영(오른쪽) 통합민주당 후보,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가 30일 관내 경문고에서 열린 조기축구회에 나란히 참석해 손을 맞잡고 환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 정동영 "바닥 민심 기류 변화중"
예배참석·골목시장 방문등 강행군
'짙은 구름이 빗물을 흩뿌리던 일요일(30일) 오전 6시45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주택가의 한 교회로 정동영(서울 동작을) 통합민주당 총선 후보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는 카톨릭 신자지만 지역민들과의 스킨십을 위해 오전 예배에 참석했다. 교회를 연결해 준 사람은 이계안 통합민주당 의원. 1시간여의 예배를 마친 정 후보는 연신 허리를 꺾어가며 교인들에게 깎듯 하게 인사를 했다. 처음엔 어색해 하던 교인들 입에서도 금새 "건승하세요", "힘 내세요"라고 격려했다. 정 후보는 당으로부터 수도권 사수의 명령을 받고 무연고 지역인 동작을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조직도, 지인도 거의 없는 황무지를 개척해야 하는 정 후보에게 이런 지역공동체를 통한 주민들과의 만남은 새로운 도전의 기회다. "동작구에는 오래 거주한 원주민들이 많아 주민들끼리 친분이 높기 때문에 그날 그날의 지역 소사가 하루도 안돼 지역 전체에 퍼집니다. '동작일보', '흑석일보'라고 말할 정도죠." 정 후보를 수행한 민주당 부대변인 출신 서승재 특보의 설명이다. 정 후보측은 이런 지역 특성에 맞추어 소수의 모임이라도 일일이 지역민을 찾아 다니고 있다. 이렇게 만난 유권자들은 정 후보를 홍보하는 '구전 마켓터, 입담 마켓터'가 되고 있다. 후보측 김상일 공보실장도 "바닥 민심의 기류가 변하고 있다. 우리 쪽 지지층이 움직이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날 정 후보는 쉼 없이 지역구를 누볐다. 오전에 동작동 경문고의 지역축구행사, 사당5동 성당에서의 미사에 참석한 후 오후엔 사당동 일대 아파트촌과 상도동 골목시장 등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텃세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 본 사당동의 한 주민은 "텃세가 심하다"고 눈살을 찌푸리는 등 지역 내에서 고군분투하는 정 후보에 대한 동정론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였다. 정 후보는 "현장에서 '당신을 찍겠다'고 마음을 열어주는 유권자들을 많이 만나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며 "특히 30~40대 화이트컬러층을 중심으로 여당 견제 심리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또 지역 현안 이슈인 뉴타운 사업에 대해 "세입자의 4분의 3이 쫓겨나는 한나라당식 뉴타운은 끝났다"며 "뉴타운 개발시 용적률, 층수 등의 인세티브를 주는 대신 장기임대주택을 크게 늘려 세입자들의 거주불안을 해소하고 주민 친화적인 주거지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 정몽준 "지역민 불편 해소 최선"
지역발전론 강조… 축구·목욕탕 유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30일 "정치인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가 유권자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는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실패이기도 한 만큼 동작을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와 만나 "동작구가 서울의 중심인데 그 동안 개발에서 소외돼 왔다. 지난 정부의 주택 공급 억제로 이 지역에 5년간 아파트 하나 생기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쟁 상대인 정동영 전 장관과 구 여권을 공산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는 한편 자신의 지역 발전론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인구 20만 명인 이 지역에 고등학교가 2개밖에 없다. 교육여건 강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이 지역에서 정 의원이 초반 지지율 우세를 지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했다. 정 의원의 지지자라고 밝힌 김진영씨는 "정 의원이 당선되면 동네 발전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던 한 주민은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주세요"라고 주문했다. 정 의원은 이날 아침 7시30분 교회에 나가 예배를 보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9시부터 오전 시간 대부분을 할애해 조기축구회 친선경기 두 곳에 참석했다. '축구 브랜드'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프로축구선수인 안정환과 황선홍ㆍ김주성 등 유명 축구인들이 참석해 흥을 돋웠다. 정 의원은 특히 20여분 간 직접 축구 경기에 참여했다. 정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후보로 나서 당시 월드컵 4강 열풍을 타고 지지율 상승에 성공한 바 있다. 한 조기축구 회원은 "우리가 동네에서 다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주변에 정 의원을 찍으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 동안 무소속이었지만 이제 한나라당에 입당한 만큼 올해 말 축구협회장직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또 하나, 요즘 그가 내세우는 '비장의 카드'는 목욕탕 유세다. 지역구의 대중 목욕탕에 가서 옷을 벗고 주민들과 접촉해 친밀감을 높이겠다는 전략. 하루에 두 번 갈 때도 있다고 한다. 정 의원은 이날 오후 3시 어김없이 목욕탕을 찾았다. "축구를 했으니 씻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그는 '알몸으로 유권자와 마주하는 게 어색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어색하지 않다. 주민들이 참 좋아한다"며 설명했다. 그는 오후 4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지역 번화가인 태평백화점 앞에서 연설을 하는 등 거리를 돌며 표심 잡기에 전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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