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중일 바둑영웅전] 숨어있던 묘수

봉쇄당한 흑대마는 안에서 두 눈을 낼 여지가 없으므로 포위망의 어느 한부분을 물어뜯어야 한다. 일단 71에서 75로 차단한 것은 필연. 분단된 백이 76에서 80까지로 확실하게 살아 버리자 다음 흑의 과제는 중앙쪽 백의약점인데…. 바둑TV에 해설을 맡은 양재호9단은 수읽기에 애를 먹고 있었다. 워낙 난해 한 전투이므로 최종적 결론을 내리기가 곤란했기 때문. 기사실의 김승준7단과 김영삼4단에게 정밀한 수읽기를 부탁했다. 김승준과 김영삼은 이런 식의 수상전 수읽기에는 능통한 기사들이다. “죽은 것 같지?” “죽었는데요.” 김승준과 김영삼이 주고받은 얘기. 흑81이 놓인 시점의 문답이었다. 그 순 간 목진석의 82가 반상에 놓였다. 흑이 빈삼각인 81로 이은 형태의 우둔함 을 추궁한 당연한 수로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이 수는 조훈현의 천하묘수 91을 초래한 이적수가 되고 말았다. 백82로는 참고도의 백1로 중앙쪽을 보강하는 것이 최선이었으며 그것으로흑대마는 그대로 절명이었다. 백2면 3, 4에는 5로 그만이다. 이 코스였으면 흑은 즉시 돌을 던져야 했고 목진석은 세계 챔피언이 되었을 것이다. 흑91이 놓이자 검토실의 모든 고수들은 말을 잊었다. 숨어있던 묘수였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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