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PC통신망 직거래장터 '사이버사기' 활개친다

천리안, 하이텔 등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K모씨는 최근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을 구입하려다 430만원을 사기당했다. 천리안 장터란에서 용산의 컴퓨터가게인 H사에 400만원어치의 컴퓨터 부품을 주문한 그는 돈을 부친 후 열흘이 넘도록 물건을 받지 못했다. 가게에 전화를 했으나 결번이 된 뒤였고 돈을 부친 계좌를 추적해 전화를 하니 그 번호마저 잘못된 전화번호였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 추적이 쉽지 않다는 얘기만 들었다. 전남 무안의 S씨 역시 모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K모씨와 거래하다 40만원을 사기당한 경우다. 보름 가까이 물건을 기다린 S씨는 참다못해 결국 K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최근 K씨나 S씨의 경우처럼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 등 컴퓨터 통신의 직거래망을 통해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크게 늘고 있다. 각 통신망의 직거래 장터에서 물품 거래를 하면서 돈만 받고 물건을 부쳐주지 않거나 물품을 받고 대금을 부치지 않은채 잠적하는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사기대상 품목은 컴퓨터 관련 주변기기 등 10만원 안팎이 주종이지만 피해규모가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가 느는 것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타인의 이름을 도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통신망에 등록한 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 더욱이 일부 이용자들은 피해자들의 피해규모가 소액이어서 고소·고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 여러 통신망을 넘나들면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25일에는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이용, 여러 통신망에 가입한 뒤 상품권 등을 할인 판매한다고 속여 3,000여만원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사기)로 P모씨와 K모씨가 경찰에 의해 구속됐다. 이들은 줍거나 훔친 신분증을 이용, 하이텔과 천리안, 나우누리에 가입한후 백화점 상품권과 주유상품권을 40% 할인판매한다는 허위광고를 낸 뒤 이를 본 C모씨등 79명으로부터 2,13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 수법으로 휴대전화 판매 광고를 내 1,000여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천리안의 경우 직거래 코너에 피해사례를 적은 글들이 하루평균 4~5건씩 뜨고 있으며 이중 일주일에 5~6건 정도가 신고센터에 접수되고 있다. 하이텔 역시 사기 피해와 관련한 문의가 한달에 5~6건씩 접수되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사기는 대부분 10~20대초반의 젊은 층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데다 대부분이 특별한 죄의식 없이 모방범죄행각을 벌이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C모군의 경우 최근 자신이 통신망에서 물품구입을 하려다 30만원을 사기당하자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도 이를 모방, 사기행각을 벌이다 발각됐다. 하이텔 이용자인 곽인경(여.28)씨는 『일부 학생들은 특별한 죄의식 없이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며 『특히 일부 이용자들은 자신이 피해를 당할 경우 이를 그대로 모방하기 때문에 또다른 사기피해자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텔 신고센터 관계자는 『직거래 관련 사기 피해가 접수되더라도 통신 운영자가 이를 직접 고발할 수 없어 사용중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게 고작』이라며 『사기피해가 접수될 경우 이를 경찰 등에 고소, 고발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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