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왕으로 대접받는 것은 상당한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중략) 우리는 고객을 왕으로 떠받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제 고객이 직접 일해야 할 때입니다.'
손님이 갑(甲), 고객에게 늘 세계 최고의 품질과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기업의 윤리강령이다. 이와는 정 반대로 '고객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고 호기롭게 외치는 기업이 있다.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다. 이케아는 3시간 동안 고객이 직접 매장을 돌아 직접 고른 가구를 조립까지 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간 큰 회사다. 하지만 고객들은 이케아 가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불편과 수고를 감내한다. 비결이 뭘까.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 슈테른에서 경제부 기자로 일했던 저자는 유럽의 변방이라 할 스웨덴의 저가 가구업체가 경영학 법칙을 정면으로 거스르고도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됐는지 그 숨은 전략을 파헤친다.
'3,000마르크짜리 책상을 디자인하는 것은 어떤 설계자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말 훌륭한 디자인이란 기능적이고 멋진 모습이면서도 단 200유로의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책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본문 181∼182쪽)
1943년 이케아를 설립한 잉바르 캄프라드(87)가 한 말이다. 그는 아무리 훌륭한 디자인이라도 200유로가 넘는다면 그것은 민주적 디자인을 지향하는 이케아의 가구가 될 수 없다고 굳게 믿는다.
창업주 잉바르 캄프라드는 아버지가 주신 용돈을 모아 열 일곱살에 조그만 잡화점을 열면서 이케아의 시작을 알렸다. 조촐하게 출발한 이케아는 이제 2012년 기준으로 매출 422억달러, 직원 수 15만4,000명, 연간 매장 방문객만 7억7,600만명에 달하는 세계 3위 가구업체로 성장했다.
책은 이케아를 만든 사나이 잉바르 캄프라드의 모든 것을 담았다. 일 중독으로 인한 가족 갈등, 이혼과 알코올 중독, 노조와의 갈등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서야 했던 사연 등 개인사와 기업사가 잘 곁들여져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불편함도 팔 수 있는 캄프라드의 경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전략들이 소개된다. 가구이름에 스웨덴 지명을 붙이고 매장은 직원 유니폼을 비롯해 온통 스웨덴 국기 색깔인 파랑과 노랑으로 꾸미는 등 스웨덴을 팔며 카탈로그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이케아식 장사의 세계를 찬찬히 뜯어볼 수 있는 책이다.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