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천안함' 리스크 등 여러 악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한국 주식을 거침없이 사들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출구전략 실행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한국 등 이머징마켓으로 속속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중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이미 5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7월(5조9,000억원) 수준에 근접했다. 이 같은 '바이코리아' 행진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도 한달 사이 100포인트가량 상승하며 1,700선을 넘어섰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가들은 이달 들어서만도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1,36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올 들어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5조7,830억원) 가운데 약 90%는 이달에 몰려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11일 하루만 1,8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을 뿐 매일 '사자' 랠리를 벌였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도 2월 말 1,594포인트에서 100포인트나 뛰어올라 두 달여 만에 1,7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전일보다 8.20포인트(0.48%) 상승한 1,700.19포인트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1,700 고지에 올라선 것은 1월21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의 강력한 바이코리아 배경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데 따른 위험자산 선호 강화 ▦국내 증시의 낮은 밸류에이션 ▦기업 실적개선 등이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이밖에 유럽의 재무 리스크 둔화와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및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인덱스(MSCI) 편입 기대감 등도 외국인을 국내증시로 불러들이는 또 다른 원인으로 분석됐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다시 활발하게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1∙4분기 실적도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돼 적어도 다음달까지는 외국인의 활발한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