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업계

[해외건설 50년, 다시쓰는 건설신화] (1) 현대건설-사우디 주바일 산업항 공사

공사 수주금액, 당시 한국 예산 4분의1… 오일쇼크 극복 일등공신으로

美·英 등 방해 공작 뚫고 따내… 구조물 울산조선소서 직접 제작

대형 바지선 이용 사우디로 운반

공기단축·공사비 절감 두토끼 잡아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산업항 공사 전경. 현대건설이 지난 1976년 수주한 이 프로젝트는 공사금액이 9억3,000만달러로 당시 한국 총예산의 25%에 달했으며 우리나라가 오일쇼크를 극복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사진제공=현대건설


2015년은 국내 건설 업계가 해외시장에 진출한 지 5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지난 1965년 태국 고속도로 공사 수주로 첫발을 내디딘 한국의 해외건설은 반세기 만에 누적 수주액 7,000억달러 달성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최근 들어 해외건설이 건설사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되고 있으나 전 세계에 코리아를 알리는 역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서울경제신문은 해외건설 50년간 빛나는 이정표를 남긴 주요 공사들의 역사적 의미를 차례로 소개한다.

1975년 오일쇼크로 우리 경제가 휘청일 때 박정희 대통령은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중동 진출을 권유했다. 오일쇼크로 막대한 부를 거머쥔 중동 시장에 진출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보자는 것이었다.


이에 정 회장은 주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돌파구는 중동'이라고 외치며 중동 진출의 출사표를 던졌다.

이후 바레인 수리조선소 공사를 수주하며 중동 시장에 처음 뛰어든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억달러 규모의 항만공사가 있다는 정보를 뒤늦게 입수하게 된다. 몇 년 전부터 수주를 준비해온 미국·영국 등 선진국 업체들의 회유와 방해공작 속에서도 현대건설은 이 공사를 따내는 데 모든 것을 걸었다. 훗날 '20세기 최대 역사'로 불린 사우디 주바일 산업항 공사의 시작이었다.

◇사우디 주바일 공사, 당시 정부 예산 4분의1=입찰일인 1976년 2월 정 회장은 입찰가를 8억7,000만달러로 최종 결정했다. 처음 예상한 공사금액인 15억달러보다 절반가량 낮은 금액이었다. 입찰 결과는 뜻밖이었다. 최저가인 9억달러를 써낸 미국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입찰 업무를 맡은 현대건설 임원이 8억7,000만달러는 너무 낮다는 생각에 정 회장의 지시를 어기고 9억3,000만달러를 써낸 게 화근이었다.


하지만 곧 반전이 일어났다. 미국 업체가 제시한 9억달러는 유조선 정박시설에만 한정된 금액이었고 결국 사우디는 최저가인 9억3,000만달러를 써낸 현대건설을 최종 낙찰자로 결정했다. 담당 임원의 고집 덕분에 현대건설은 6,000만달러의 이득을 본 셈이다.

관련기사



공사 수주금액 9억3,000만달러는 당시 우리나라 정부 예산의 4분의1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또 현대건설이 선수금으로 받은 2억달러는 당시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인 2,000만달러의 10배에 달했다. 선수금이 입금된 후 외환은행장이 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건국 이후 최고의 외환보유액을 기록하게 됐다"고 축하할 정도였다.

◇울산 조선소에서 사우디로 자재 운반=이제 남은 문제는 약속한 기간 안에 성공적으로 공사를 끝내는 것이었다.

현대건설은 이내 고민에 빠졌다. 사우디 작업현장이 한국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모든 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할 경우 공사비가 불어나 자칫 공사에서 손실을 볼 수도 있었다.

이때 정 회장이 다시 한 번 결단을 내렸다. 공사에 쓰일 구조물을 울산 조선소에서 제작해 대형 바지선에 싣고 1만2,000㎞ 바닷길을 통해 사우디까지 운반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현대건설은 무게가 550톤에 달하는 89개의 '자켓'이라는 철 구조물을 큰 사고 없이 19차례에 걸쳐 해상으로 옮기며 공기 단축과 공사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현대건설은 또 이렇게 운반한 자켓을 수심 30m 해상에 한계오차 5m 이내로 완벽하게 설치하며 사우디 발주처와 감독청을 거듭 놀라게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육상과 해상에 걸쳐 모든 공종을 종합한 주바일 산업항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다방면의 기술을 습득한 것은 물론 현대건설의 기술과 능력에 대한 국제적인 공신력을 획득해 해외건설 진출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재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