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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말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는 벤처캐피털 업체 포메이션8의 구본웅 대표를 처음 만난다. 2012년 창업 후 1년 만에 미국 진출을 모색하다가 사무실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하 대표는 구 대표와 인연을 맺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팔로알토의 포메이션8 사무실을 이용하게 됐다. 미미박스와 포메이션8과의 운명적 만남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미미박스의 화장품 사업 모델을 눈여겨 본 구 대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큰 손들을 상대로 투자를 유치했다. 때마침 미미박스는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적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실리콘밸리에서 명성이 자자한 상태였다. 마침내 미미박스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법정 공방을 벌인 걸로 유명한 윙클보스 형제는 물론 야후 창업자 제리 양으로부터 투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국내 최대 뷰티 이커머스(e-Commerce) 업체인 미미박스가 야후 창업자 제리 양은 물론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인사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2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미미박스가 벤처 투자업체 포메이션8과 굿워터 캐피탈을 중심으로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투자를 모집한 결과 약 330억원(2,950만달러)에 달하는 국내외 자금을 유치했다. 구본웅 대표와 국내외 벤처캐피털은 물론 야후의 공동창업자이자 중국 알리바바의 2대 주주인 제리 양, 비트코인계의 큰 손으로 통하는 윙클보스 형제, 전 디즈니와 갭(Gap)의 최고경영자(CEO) 폴 프레슬러, 드롭박스 1호 투자자 페즈먼 노자드, 구글 초기 투자자 바비 야즈다니 등 실리콘밸리의 저명인사들이 대거 러브콜을 보냈다.
무엇보다 제리 양 야후 창업자의 투자를 유치한 점이 눈에 띈다. 제리 양은 엔터프라이즈 기업과 하이테크 기업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꾸리는데 미미박스의 독특한 사업모델을 높이 평가하고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미박스는 매월 정액 요금을 내면 전문가가 선정한 화장품 세트를 한 달에 한 상자씩 보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구독을 뜻하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과 인터넷 기반 e커머스(e-Commerce)의 합성어로, 마치 신문·잡지를 정기 구독하듯 일정한 비용을 내면 상품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보통 정기적으로 배달을 받는 상품들은 대부분 매일 사용하는 생필품이나 사러 가기 귀찮은 소모품인데 온라인몰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품 정보 과잉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서브스크립션 커머스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미박스는 특정 화장품 브랜드와 제휴를 맺은 뒤 고객 데이터를 취합해 화장품 업체에 보내고 이를 기반으로 제휴 업체가 제공한 맞춤형 화장품 세트를 고객에게 판매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제리 양의 미미박스 사랑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리 양은 투자를 결정한 후 지인들에게 성탄절 선물로 미미박스를 전달하는 등 단순 투자 이상의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제리 양의 가족도 미미박스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리 양은 "미미박스는 혁신적인 뷰티의 선두주자"라며 "그들이 제시하는 비전과 비즈니스 모델은 감동적일 뿐만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를 둔 실현 가능한 것들"이라고 투자의 이유를 밝혔다.
미미박스는 유치자금을 사업 확장과 글로벌 진출의 종잣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미미박스는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상하이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한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이어 지난 1월에는 영어와 중국어 버전의 모바일 앱을 론칭했다. 올해에만 10개 이상의 앱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는 "올해에는 1,000만 회원과 1,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해외시장 공략과 한국에서의 서비스 혁신에 집중할 것"이라며 "단순한 외연 확대보다는 가장 혁신적인 뷰티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