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4·11 총선 격전지를 가다] <14> 세종특별자치시

국회의원·시장 동시 선출… 토박이론 vs 거물론 승부<br>李 "조치원에 제2청사" 沈 "국회 세종시로 이전"<br>새누리, 교수 출신 공천… 박근혜 바람몰이에 기대


지난 23일 세종특별자치시의 조치원역. 세종시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밀집돼 있는 조치원읍에 자리한 이곳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처음에는 '국회의원과 시장ㆍ교육감을 함께 뽑는 지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심한 듯 보였다. 현지의 50대 아주머니, 60대 노인, 20, 30대 학생과 직장인 등을 붙잡고 판세를 물어봤지만 본심을 잘 표현하지 않는 충청민의 특성을 반영이라도 하듯 "좀 봐야쥬. 지금은 알 수 있나유"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나마 민심 풍향에 민감한 택시기사들을 통해 정중동의 표심을 느낄 수 있었다. 후보 사무실로 이동하면서 만난 40대 택시기사 김모씨는 "장년과 노인층들은 심대평ㆍ유한식(자유선진당 의원ㆍ시장 후보)씨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은데 청년과 중년층은 이해찬ㆍ이춘희(민주통합당 후보)씨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기사 이모(55)씨는 "심씨와 유씨가 러닝메이트로 나와 선점하는 양상이었지만 일부에서 '그동안 심대평씨가 지역을 위해 한 게 뭐가 있나'라는 비판 여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거물인 이해찬씨에게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다른 택시기사 김모(70)씨는 "세종시가 조치원읍을 제외하면 대부분 농촌"이라며 "아직도 농촌이나 노인층에서는 심씨나 유씨에 대한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세종시는 유권자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연기군 조치원읍과 7개 면,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에다 공주와 청원의 4개 면 일부가 합쳐져 19대 국회에서 독립선거구로 신설됐다.


이곳은 당초 충남에서 관선과 3번의 민선지사를 역임하고 현 지역구(공주ㆍ연기) 의원인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와 유한식 전 연기군수가 각각 국회의원과 시장 선거를 주도하던 모양새였다. 하지만 충남 청양이 고향으로 5선 의원(서울 관악을)에 참여정부에서 실세 총리였던 이해찬 전 총리와 세종시 건설 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한 초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출신의 이춘희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각각 국회의원과 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판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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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조치원읍 선거사무실에서 TV토론을 준비하던 이 전 총리와 지역구를 누비던 이 전 차관도 기자에게 비슷한 취지의 얘기를 했다. "주민들이 '세종시를 기획ㆍ추진했고 중앙무대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후보가 나왔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세종시의 도농 균형발전을 바탕으로 충분한 예산 확보와 함께 조치원에 세종시 제2청사 신설 등 건설 공약을 내놓았다.

민주통합당의 대전과 충남ㆍ북 선대위원장을 맡은 이 전 총리는 충청권 출마자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녹화하던 중간에 "총선에서 정권을 심판하고 19대 국회 청문회를 통해 악행을 밝히겠다"며 "정권을 교체해 민생과 남북관계를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공주, 천안, 부여ㆍ청양, 청원 등 금강벨트와 세종시 인접 지역으로 바람을 확산시키겠다는 의욕도 보였다.

이에 반해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심ㆍ유 후보 측은 "세종시를 사수하기 위해 삭발하고 단식하며 투쟁한 게 누군데 이제 와서 밥숟가락 들고 대드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민주통합당의 '거물론'에 맞서 '토박이론'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심 후보 측은 의정보고서를 펼쳐 들고 "그동안 조용히 지역현안을 해결하고 예산을 많이 확보했다"며 세종시 전역의 행정수도복합도시 지정, 군용항공기지 및 군부대 이전, 국회 세종시 이전, 조치원역 역세권 개발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여기에 새누리당에서는 신진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최민호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각각 국회의원과 시장 후보로 세종시 사수에 공을 세운 박근혜 선대위원장을 앞세워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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