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젠 IB로 뛴다] <3> 亞자본시장 맹주를 꿈꾼다

"글로벌 IB 도약" 기치 해외시장 진출 잰걸음<br>베트남에 펀드 투자·싱가포르 자산운용법인 설립<br>환란후 폐쇄된 日도쿄사무소등 3곳 다시 문열어<br>해외증권사와 업무제휴 통해 "경쟁력 확보 총력"


지난 4월27일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에서는 베트남 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이 행사는 다름아닌 한국증권의 베트남펀드 설정 기념식. 베트남 정부가 지난 1986년 경제개방정책을 도입한 이후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설정한 펀드가 처음으로 베트남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트란 쿠안 하(Tran Xuan Ha) 베트남 재무부 차관은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방 정책의 성과가 입증됐다”며 “이로써 베트남 증권산업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베트남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형 투자은행(IB)’도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 성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산업, ‘해외로 해외로’=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내 증권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안으로는 증권사의 대형화를 촉진하고 밖으로는 해외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더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들은 중국은 물론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인도 등 ‘기회의 땅’ 개척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선진국에 진출해 한국물 세일즈나 브로커리지 영업에 주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아시아 지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는데다 시장 규모가 작아 아직까지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이 진출하지 않은 만큼 한국형 투자은행 모델을 정립할 수 있는 최적지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한국증권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베트남의 경우 증시 시가총액이 지난 2년간 10배 이상 증가했지만 미국, 영국 등 거대자금의 손때는 아직 타지 않은 시장이다. 한국증권은 이번에 1차로 조성한 500억원 규모의 펀드자금을 민영화 작업이 진행되는 베트남 국영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증권은 또 중국 곤산시 연호산업대 개발사업과 선양시 재개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지난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홍콩, 싱가포르에 자산운용 현지법인을 설립, 현재 이 지역에서 약 2조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자산운용업으로 먼저 진출해 현지 경험과 정보를 축적하고 이후 증권사가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증권은 중국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2005년 업계 최초로 중국 국유은행의 부실자산 2억달러를 증권 형태(NPL)로 유동화하는데 성공했고 중국기업인 ‘심천시보덕과기유한공사’와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양해각서(MOU)체결을 성사시켰다. ◇해외점포 다시 연다= 증권사들은 외환위기 이후 대거 정리했던 해외 점포도 다시 늘리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97년 118에 달하던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점포수는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여 지난해 말에는 28개로 줄었다. 하지만 올들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면서 3곳에 다시 문을 열었다. 대우증권은 지난 1984년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문을 열었다가 2002년 폐쇄했던 일본 도쿄 사무소를 올 7월 다시 오픈했다. 대우증권은 이를 통해 국제 영업에 필요한 해외 거점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두 나라 사이의 각종 금융서비스와 자본교류를 중개할 교두보를 확보할 방침이다. 또 일본 금융기관의 선진 경영사례와 신상품을 분석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키움증권도 올해 일본 도쿄 사무소를 개설했으며 동양종금증권은 미국 뉴욕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이를 통해 지난 외환위기 이후 위축됐던 국제금융업무를 활성화하고 선진 금융시장과의 연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과 피데스투자자문도 베트남 사무소 개설을 추진하는 등 증권업계의 해외 점포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또 우리투자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메리츠증권 등은 해외사업 확대 및 강화를 위해 조직을 개편,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부서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박병문 증권업협회 상무는 “과거 선진국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영업 지원이나 연락망 수준에 그쳤던 해외법인들이 최근에는 현지 시장과 투자자를 적극 공략하는 방식으로 진출전략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 증권사와 업무교류도 활발=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앞서 일단 국내 시장에서 해외 선진 증권사와 경쟁할 수준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증권사들도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중국 ‘중신(中信)증권’과 업무제휴를 맺고 인적교류는 물론 중신증권의 중국 네트워크와 삼성증권 노하우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기존의 런던, 홍콩, 뉴욕, 상하이 지역의 현지법인 및 사무소를 활용해 해외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화증권도 지난 2003년 중국 하이통증권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한데 이어 베트남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4월 대만 IBTS와 업무제휴 통해 양국 투자자가 상대국가 유가증권을 매매할 때 상호중개를 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12월 일본 최대 독립계 자산운용사인 스팍스 에셋매니지먼트와 제휴해 400억원의 자본 유치한데 이어 각종 투자 노하우, 마케팅 기법 등을 전수 받고 선진 금융상품을 공동 개발하는 등 상호교류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묻지마 해외진출은 경계해야= 하지만 과거처럼 ‘묻지마’식의 해외진출에 따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치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철저한 사전조사 없이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으로 따라갔다가는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증권사의 대표는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와 같은 동남아시아 지역에 외국계 증권사들이 진출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금융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경쟁자가 없다는 것을 좋게만 볼 수 는 없다”는 얘기다. 그는 “해외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규모의 경제를 필요로 한다”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좋지만 해외에 나가서 다양한 IB업무를 하기에는 아직 기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계 증권사 대표 역시 “해외에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국물 세일즈부터 확실하게 해놓고 업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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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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