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오비츠와 디즈니사 퇴사

◎미키로부터 업무재량을 거의 부여받지 못한/제2의 마이클은 말썽 많던 사장직을 그만뒀다.자금담당이사 마빈 데이비스가 12월7일 베벌리힐스 자택에서 연 호화로운 딸 결혼피로연에 합석하면서 월트 디즈니사의 최고위층 마이클 아이즈너와 마이클 오비츠는 자신들의 기업연대가 해체돼야한다는 결론에 분명히 도달했다. 꼭 일주일뒤 미전역에서 추측이 무성했고 할리우드에서조차 가장 놀라운 운명의 역전중의 하나가 발표됐다. 한때 「할리우드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있는 인사」로 곧잘 불리우던 과거의 유명흥행업자가 14개월간의 짧고 불행했던 디즈니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또 소문과는 달리 경영난에 빠진 소니사 소유의 흥행회사 사장으로 옮겨가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는 실직했다. 그를 끔찍이도 싫어했던 사람들중의 한 사람은 『그를 미워했던 사람들중에도 더러는 그를 안쓰러워 한다』며 자신은 그들중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언론발표문에서 오비츠는 『뭔가 제대로 되지않을 때는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정했다. 디즈니사로서는 그의 퇴사가 가장 적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최근 인수한 ABC방송이 경영난을 면치못하고있기는 하나 테마 파크들은 장사가 잘되고 있고 영화사는 「랜섬」 「101 달마시안」을 포함한 신작의 연말흥행 히트로 실적상승을 구가하고있다. 분석가들의 견해도 일치되고있다. 코웬사의 해롤드 보겔은 『이같은 유형의 최고경영자 교체의 최적기』라고 말한다. 오비츠는 내년까지는 떠날 계획이 없었으나 사건들이 몰려왔다. 그는 지난주 맨해튼에 머물면서 월요일에는 영화 「설교자의 아내」시연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화요일에는 그가 물러날 것이란 소문이 무성했다. 수요일 저녁 그가 대외관계회의 모임에서 연설할때는 피로한 기색이었다. 그가 발언할때 아이즈너는 맨해튼으로 떠났다. 아이즈너는 오비츠가 소니의 경영위기에 빠진 영화사를 맡기 위해 비밀교섭을 해온 사실을 알고 이미 분노하고있었다. 내부관계자는 협상이 오비츠의 무리한 요구로 성사되지못했다고 말한다. 우연히도 소니의 이데 노부유키 회장이 뉴욕에 체류중이었고 그래서 소문은 들끓었던 것이다. 아이즈너는 하오 11시께에 도착, 곧 오비츠와 밀담을 나누었다. 회담은 한밤까지 이어졌고 그 끝에 양측은 헤어지기로 했다. 『영화업계에서 더 크게 추락한 사람은 없었다』고 어느 전영화회사 회장은 놀라움을 표시했다. 오비츠는 빈손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다. 계약상의 스톡 옵션을 모두 행사할 경우 결별에 따른 댓가는 9천만달러에 달할 수 있다. 디즈니 소식통은 이 액수를 낮추었다. 퇴사거래규모는 3천만달러 정도라는 것이다. 역량있는 크리에이티브 아티스츠 에이전시사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오비츠가 곤경에 빠지다니 얼마나 해괴한 일인가. 수년에 걸쳐 오비츠는 민활하고도 강직하며 전지전능한 리더로서의 명성을 쌓아왔다. 탐 크루즈나 로버트 드니로, 더스틴 호프만, 워렌 비티 등 선망의 대상이 되는 주요 고객을 대표하는 것외에 통상적인 알선업자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지난 89년에는 소니의 콜럼비아영화사 인수에 중개자로 참여했고 이듬해에는 마쓰시다의 MCA 매입을 이끌어냈다. 매입자였던 두 회사는 훗날 쓴맛을 봐야 했지만 지난 94년 MCA의 최고 경영업무를 맡게될 고위 공개협상에 참가했다. 이 협상들이 불발, CAA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했고 디즈니가 문을 열어줬다. 오비츠가 디즈니에서 시간과 돈을 허비해 사무실을 호화판으로 재단장했으며 아이즈너도 단 두명의 비서를 거느리는데 6명이나 되는 비서를 고용하고, 쓸데없는 모임에 승용차를 굴리며 운전사들을 불필요하게 기다리게한다는 보고들이 곧 불거져나왔다. 디즈니의 전재정책임자(CFO) 스티븐 볼렌바흐는 『마이클 오비츠는 공적인 회사에서 경영인의 책임을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내가 공동저술한 「허영의 시장」을 위해 말해줬다. 오비츠의 임기는 텔레비전방송사 간부인 제이미 타시스를 라이벌인 NBC에서 ABC로 끌어오기 위한 엉성한(성공은 했지만) 캠페인같이 여러가지 엉뚱한 재주넘기로 얼룩졌다. 더욱 최근의 감정폭발은 달라이 라마를 다룬 마틴 스코시스 감독의 영화 「쿤둔」을 포함한다. 디즈니는 이 작품을 오비츠가 도와서 중개한 거래에 힘입어 배급할 계획을 하고있다. 디즈니에서 오비츠에게 명확하게 규정된 몇 안되는 책임중 하나는 광대한 중국시장을 여는 것이었다. 중국당국은 이 작품의 북경에 대한 비판적 묘사에 반발, 영화가 상영된다면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오비츠와 디즈니는 공식적으로는 스코시스를 지원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즈너는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94년 조직개편을 단행한 이후 잠재적인 계승자를 지명하도록 그를 성원했던 투자자들의 염려를 자아낼지 모르는 발언이다. 하지만 아이즈너의 말은 그가 결국은 두번째 자리에 어느 누군가를 임명해야만 할 것이라는 의혹을 잠재우지 못했다. 몇몇 관측통들은 조직의 기능향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ABC의 로버트 이제르 회장이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또다른 경쟁자는 디즈니 영화사의 조 로스 회장이다. 토요일로 50줄을 넘어서는 오비츠에 정통한 소식통은 오비츠가 어쩌면 투자은행가인 허버트 알렌과 손잡고 사업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관련업계의 베테랑인 배리 딜러는 오비츠가 디즈니 사장직에 서둘러 취임했으며 이제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결정을 내릴 기회를 쥐게 될 것이라고 전한다. 딜러는 『오비츠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다. 그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성공할 가능성은 크다』고 덧붙인다.<킴 매스터스 기자/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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