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청소년들을 보호해줘야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한 산하 기관(본인이 공개되길 원치 않음)에서 일하고 있는 유규진(26)씨는 낮 동안의 업무가 끝나면 사이버 세상의 청소년을 보호하는 ‘수호천사’로 변신한다.
남은 업무처리를 마치고 오후 9시께 퇴근하는 그는 서울 장충동에 마련한 고시원 방에서 컴퓨터를 켜고 청소년들이 많이 드나드는 채팅 사이트와 카페 게시판 등을 넘나들면서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찾아다닌다.
웹 서핑을 하다 간간이 수사기관에서 ‘첩보’라고 부르는 청소년 성매매나 사이버 사기 등 범죄 혐의점이 잡히면 유씨는 관할 경찰서나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계 등 경찰에 신고, 경찰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한다. 가출청소년이나 성매매를 제안하는 청소년을 만날 경우에는 직접 귀가를 설득하기도 한다.
유씨가 청소년들의 ‘사이버 수호천사’가 된 것은 2000년 군 제대 이후 광주의 한 15세 소녀로부터 휴대폰을 통해 8만원에 성매매를 제안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으면서부터.
소녀와 통화를 한 유씨는 이 소녀가 다른 중년남성과 자신을 착각해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알아냈고, 관할 경찰서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문자메시지가 오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반복할 뿐 이 소녀의 상황이나 미래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유씨는 “사기ㆍ마약 등 강력범죄만 쫓아다니고 청소년 성매매 등의 ‘작은’ 범죄에 대해 무관심한 세태가 안타까웠다”며 “아무리 작은 범죄라도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실질적인 대응방법을 조언해주는 게 절실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유씨는 2001년 6월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상경, 사이버범죄 피해자에 대한 구제활동을 담당하는 시민단체인 ‘한국사이버감시단’에서 1년여간 간사로 일했다.
또 홈페이지를 개설(http://internet-alram.ez.ro), 낮에는 막노동 등 각종 일자리를 전전해 생활비를 벌면서 청소년이나 사이버 범죄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재철기자 hummi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