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과 채권단의 다툼 속에 가까스로 마련한 STX조선해양 회생작업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30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31일까지 전자어음 7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이를 염두에 두고 채권단에 자율협약 개시를 위한 동의서 제출을 지난 23일까지 마무리하자고 최종 시한을 못 박았다. 하지만 채권은행들이 금융감독 당국의 충당금 적립기준에 반발해 일주일 넘게 자율협약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총 3조원의 자금을 신규 지원하기로 했다. 자율협약에 따른 자금지원은 '요주의'로 분류해 충당금을 7%가량 적립해왔다. 하지만 금감원은 '고정이하'로 분류하라고 지시했다. 이 경우 채권단의 신규 지원자금은 지원 즉시 부실채권으로 분류되고 충당금 적립비율도 20% 이상으로 늘어난다. STX조선해양 채권단의 평균 미회수율은 30%가 넘는다.
현재까지 동의서를 제출한 채권은행은 외환은행뿐이다. 정책금융공사ㆍ무역보험공사 등 일부 정책금융기관들이 31일까지 추가로 동의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자율협약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한 의결권(75%)을 채우지는 못한다.
여타 채권은행들은 31일에도 동의서를 제출할 계획이 없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기준에 따라 충당금을 적립한다면 STX조선해양으로 인한 손실이 STX그룹 전체의 지원규모에 맞먹을 정도로 늘어난다"며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는 자율협약 개시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자율협약과 관계없이 국제기준상 손상 또는 바젤 부도에 해당되는 여신은 고정이하로 분류해야 한다"며 "이는 국내 금융산업의 건전성은 물론 국가신인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