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업그레이드 학습지 교사] "우리는 선생님…자부심 키워주세요"

충분한 교육·연수후 학생들과 만나게 해야<br>능동적 지도 가능·여가시간 많아 매력적…교육-영업 균형맞추기·육아문제 힘들어<br>정규직 전환땐 정시 출·퇴근이 큰부담…가사 병행할수 있는 현 근무형태 선호

학습지교사 10만시대. 학습지업계는 사교육에 대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해를 거듭하며 성장해 왔다. 이제는 매년 신규 채용 인원 수를 늘리며 청년실업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높은 교육 수준에도 불구하고 결혼과 경제활동을 중단했던 많은 여성들에게도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규모가 커지고 소속 인력도 많아진 만큼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 회사 시스템 등에 대한 개선 요구도 많아지고 있다. 서울경제는 ‘학습지교사의 현실과 개선 방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학습지 교사들과 함께 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영희(대교), 황윤원(웅진닷컴), 김영금(한솔교육), 김양현(JEI재능교육), 황영주(구몬학습)씨가 각 사를 대표해서 참석했다. -학습지교사가 갖는 장ㆍ단점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김영희=학교 선생님과 달리 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제 방식대로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저에게 돌아오는 기쁨도 훨씬 큽니다. 또 교육업계에 몸담고 있는 만큼 항상 바르게 행동하고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학습지 교사가 사회에 무리를 일으키거나 손가락질을 받는 일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기 어려운 게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윤원=저도 무엇보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실이 가장 좋습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가정주부 입장에서 자녀지도와 관련된 정보를 다른 엄마들보다 많이 알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오전에는 여유가 있는 만큼 가정 일도 돌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온 오후에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그 만큼 귀가가 늦는 건 단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영금=여가 시간이 많다는 게 장점입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도 해줘야 하니 목이 많이 아픕니다. 건강이 중시되는 직업입니다. 또 소득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교사라는 자부심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김양현=학습지교사의 장단점은 개인적인 관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회사에 귀속돼 그 시스템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내가 주체가 되어 회사 시스템을 적절히 활용해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아주 좋은 직업입니다. 하지만 교육자와 사업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황영주=출퇴근이 자유롭고 시간표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시간을 편한 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상사로부터의 스트레스가 없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리고 제 아이를 위한 교육관을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좋습니다. -현재 학습지 교사의 신분이 특수고용직으로 되어 있는데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영희=앞서 말씀 드렸듯이 학습지 교사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일단 정규직 직원과 출퇴근 시간이 다릅니다. 제가 사범대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서도 학교가 아니라 학습지 회사를 택한 것 또한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제 성향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정직원들과 달리 우리는 일을 한 만큼 벌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제가 누릴 수 있는 좋은 점에 정규직의 장점까지 갖게 되면 금상첨화겠지만, 좋은 건 다 가지겠다는 건 다소 이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금=저희 회사의 경우 1년 이상 근속한 교사들에게 정규직 전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환율이 높은 편은 아닙니다. 일단 같은 시간을 일한 정규직과 계약직 사이의 급여 차이가 40~50만원 정도 차이가 납니다. 물론 보험이나 차후의 퇴직금을 따져보면 거의 비슷하지만 당장의 메리트로 와 닿지 않기 때문에 정규직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황영주=개인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만 일하고 목요일~일요일은 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급여는 남편보다 많습니다. 가사도 병행해야 하는데 9시 출근, 7시 퇴근 식의 업무는 힘들 것 같습니다. ▦김양현=저는 만약 수입은 좀 줄더라도 일하는 여건이 좀 더 편해진다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시출근, 퇴근 형태의 정규직이라면 지금의 근무형태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학습지 교사로서 일하면서 보람 있었던 일을 말씀해 주십시오. ▦김영희=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보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0년 동안 계속해서 학습지 교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르쳤던 아이가 좋은 대학에 입학한 후 고맙다며 금 목걸이를 선물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제가 학교 선생님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지요. -학습지 초보교사로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또 학습지교사는 1년 미만 교사의 이익률이 높은?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황윤원=일단 회사가 성장과정에 있는 만큼 시스템이나 지도체계, 교수법 등이 자주 바뀝니다.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미처 익숙해지지 않은 초보교사들이 자주 변경되는 회사 지침까지 익혀야 하니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초보교사들의 경우 교육 쪽으로만 초점을 맞추고 일을 하다 보니 학습지 교사로서 교육과 영업 사이의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는 것 같습니다. 회사가 교사들에게 ‘선생님’이라는 자긍심을 좀 더 많이 심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업무에 비해 월 수입이 적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김영금=물론 많은 편은 아닙니다. 어머니들은 교사가 모든 회비를 다 갖는 줄 아는 데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적인 면에서 여유가 있으니까 현재의 급여에 나름대로 만족합니다. 친구가 학습지 교사를 해보겠다고 한다면 권유할 생각도 있습니다.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습니까. ▦김양현=밤늦게 일이 끝나는데 집안일도 병행해야 하는 것이 힘듭니다. 제게 있어 주말은 쉬는 날이 아니라 집안 일 하는 날입니다. 하지만 아이들 만나는 일이 너무 좋으니까 힘들어도 일을 계속 합니다. 하지만 한 동료교사가 자신의 아이는 입원해 있는데도 일을 하러 나가는 걸 보면서 마음 아파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 때 대체교사 같은 제도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의가 아니라 정말로 시급한 일이 생겼을 때 말입니다. 육아 문제 해결도 시급합니다. 지국별로 놀이방을 만드는 방안을 회사에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여성 직업으로서 학습지 교사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황영주=학습지 교사는 자신이 맡고 있는 아이들이 커가는 데 있어 디딤돌 역할을 합니다. 1대1로 아이들을 대하기 때문에 학교 선생님에 비해 아이들을 더 세심하게 알 수 있는 보람 있는 직업이지요. 특히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들에게 특히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근무 환경에 만족하십니까. ▦김영금=저의 경우 매주 5일을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만 이와는 별도로 주2회 회사로 출근해서 신입 회원이나 이동 회원 관리표 작성 등과 같은 업무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합니다. 굳이 회사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인터넷 시스템이 완성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회사나 학부모 등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기탄없이 해주십시오. ▦김영희= 개인적으로 회장님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우리 학습지 교사들이 학교 선생님과는 다르지만 ‘아이들을 1대1로 만나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달라고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동료교사들 모두 눈높이 교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해왔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직률이 올라가면서 자부심이 좀 약해진 게 사실입니다. 또 급하다고 인력충원을 쉽게 하지 말고 양질의 인력을 뽑아 충분한 교육과 연수를 실시한 후에 아이들을 만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황윤원=저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도대체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학습 의지는 있지만 기초가 부족해 자기 자신한테 실망해서 울기도 합니다. 제가 비록 사교육을 통해 돈을 벌고 있지만 공교육의 역할이 많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김영금=학습지 교사는 힘들지만 보람 있는 직업이라는 걸 한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아이들 중에는 생후 8개월 된 아기도 있습니다. 어머니들이 ‘선생님이 우리 아이 첫 선생님이에요’라고 말할 때 너무나 보람됩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면 제가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정말 뿌듯합니다. ▦황윤원=신부감으로도 손색이 없는 직업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화 내지 않고 대신 끊임없이 칭찬하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집에서 남편이나 아이들에게도 늘 칭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항상 웃게 됩니다. 스트레스는 많이 받지만 저도 모르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또 가르치는 것과 동시에 끊임없이 배우게 되는 것도 이 직업의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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