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동안 세계를 축구의 용광로에 빠뜨렸던 브라질 월드컵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자 한때 월드컵 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사람으로서 대표팀의 아쉬운 성적 탓에 이번 대회는 안타까운 기분이 가장 큰 것이 사실이다. 1년 전 홍명보 감독이 신임 사령탑으로 왔을 때 홍 감독 같은 인재는 월드컵 예선 도중이 아니라 예선 시작부터 대표팀을 맡기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서울경제 지면을 통해 낸 적이 있다. 최근 홍 감독의 퇴진을 보면서 1년 전 느꼈던 아쉬움이 다시 진하게 떠올랐다.
이번 대회 전체를 돌아보자면 '패션의 유행' 같은 월드컵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3명의 수비를 두는 스리백 전술은 이 대회 전만 해도 구시대적 전술로 불렸다. 물론 과거의 스리백은 좌우 윙백이 무척 공격적이었던 데 비해 이번 대회 스리백의 윙백들은 주로 수비에 전념했다. 짧고 많은 패스 위주의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는 스페인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그 스페인 축구를 적절히 받아들여 발전시킨 독일이 우승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메이션 등 전술에 있어 정답은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아직도 포백이 가장 이상적인 수비 라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감독 철학의 차이, 선수들의 신체조건과 능력의 차이에 따라 구시대적 전술이 최상의 전술이 되기도 하고 또 그 반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스리백 전술이 대세로 돌아온 현상을 보면서 돌고 도는 패션의 유행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그 유행을 흉내 낸다고 해서 다 멋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몸에 맞는 옷을 입는 게 가장 좋듯 전술도 그 팀의 사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받아들여야 성공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 우승은 남미팀에서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예측이 빗나갔다. 이제 어느 대륙에서 월드컵이 열리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독일처럼 잘 준비된 팀이라면 어디에서 경기를 하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독일 우승의 중심에는 코치로, 또 사령탑으로 총 10년간 대표팀을 지도해온 요아힘 뢰브 감독이 있다.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으로 인해 좋은 선수가 계속 발굴되는 가운데 이 과정을 감독이 처음부터 지켜봤으니 선수 파악은 거의 완벽했을 것이다. 새 출발을 선언한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임 감독을 선임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팀은 코스타리카인데 우리도 그들의 월드컵 준비과정을 면밀하게 살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K리그 상주 상무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