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지금 방송계는 'Off Air' 중

[데스크 칼럼] 지금 방송계는 'Off Air' 중 양정록 `jryang@sed.co.kr 방송계가 고구마 줄기처럼 꼬여진 인사 난맥으로 ‘Off Air’ 중이다. 정연주 KBS 사장이 지난 26일 사장직에서 물러나며 차기 사장 공모에 응모하자 KBS 노조가 이를 반대하며 27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KBS의 총파업은 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국민들은 이 파업이 끝날 때까지 KBS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KBS 기자협회ㆍPD협회 등 KBS 내부의 11개 직능협회가 “파국적 투쟁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며 가까스로 파국은 넘겼지만 KBS 사태는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아토피’ 같다는 게 방송가의 공통적인 해석이다. 정 사장의 3년 공식 임기는 6월30일자로 끝났다. 국내 최대 기간방송사 사장 자리가 무려 3개월에 육박한 기간 동안 ‘대행체제’에 의존해온 셈이다. 중립성 무시한 '정치' 인사 문제 또 구관서 EBS 사장은 임명장을 받고도 노조의 반대로 회사에 출근을 못한 채 외부에서 간부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EBS 내 팀장 41명 전원은 ‘사장 불복종 선언’을 한 상태다.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할 국내 방송정책 총괄 기구인 방송위원회는 어떤가. 8월22일자로 이상희 방송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떠난 자리가 1개월 넘게 공석이 됐다가 26일자로 조창현 위원장이 선임돼서야 공백이 메워졌다. 열린우리당의 추천을 받아 상임위원에 선출됐던 주동황씨는 이례적으로 토요일인 23일 오전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해 술렁이게 했다. 이로써 5명의 상임위원 중 이상희 전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이 이미 사표를 내고 떠난 셈이 됐다. 현행 3기 방송위원회가 꾸려진 것은 7월13일. 그후 불과 2달 반 만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3기 방송위가 꾸려진 것도 2기 방송위원회 임기가 끝난 지 두 달 정도나 더 지나서야 이뤄졌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혼란은 더 가중된다. 방송가는 이 같은 방송계 인사의 파행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 인사에 잡음이 있게 마련이지만 유독 방송 관련 주요직위 인사가 시끄러운 까닭은 가장 중립성이 강조되는 방송계 인사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게 방송판을 잘 아는 이들의 진단이다. 예컨대 5,000명 임직원을 거느린 KBS의 경우 다채널을 가진 국가 기간방송이라는 점을 무기로 국민의 안방을 독차지하면서 ‘국민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뿐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모두 방송계 인사에 관심을 많이 가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언론재단은 ‘한국신문방송연감 2005/2006’을 통해 탄핵 방송과 관련한 방송위에 대해 “공정성에 대한 판단을 끝까지 유보, 자신의 소임과 임무를 방기했으며 규제기관으로서의 위상과 도덕적 권위에 흠결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 재단이 방송위와 기세싸움을 벌이는 문화관광부 소속기관이라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방송위가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방송법에서 규정하는 방송위원 임명절차는 방송위가 권력의 시녀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방송위원회는 대통령이 3명, 국회의장이 국회교섭단체와 문화관광위원회와 협의해 6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치 절차를 밟아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방통융합추진위 개혁 앞장서야 이 방송위는 KBS 사장 추천권이 있는 KBS 이사 추천권과 MBC 최대주주로 MBC 사장 등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권을 갖는다. EBS 이사와 사장 임명권도 방송위 권한에 속한다. 방송사 핵심 경영진 인사가 방송위라는 ‘통로’를 통해 결정되는 셈이다. 인사문제로 시끄럽고 갈 길 바쁜 방송위이지만 차제에 ‘기계적’으로만 정치중립적으로 보이게 돼 있는 방송위원회 구성절차를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될 시점이 됐다. 마침 공식 출범해 활동 중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는 이런 문제까지 감안해 새 시스템을 우리 사회에 제시해줘야 한다. 한 예로 방송위원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실시와 방송위원 선임방식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 논의도 이 기회에 논의해봄 직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은 지금 방송가에 가장 현실감 있는 덕담으로 다가온다. 입력시간 : 2006/09/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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