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다른 아시아국가와 상황 달라" 외국인 ACE 쓸어담네

글로벌 경쟁업체 대비 저평가 매력<br>최근 2주간 1조2,400억원 순매수<br>코스피 이틀연속 급등 1,887 마감


외국인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앞두고 신흥국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증시에서는 순매수 규모를 늘리며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최근 유동성이 과하게 풀렸던 국가에서 돈을 빼 다른 지역에 넣는 자산 리밸런싱을 하고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이 지분을 늘리는 개별 종목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코스피지수는 26일 17.70포인트(0.95%) 오른 1,887.86포인트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1,818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21~22일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금융위기 우려로 매도 전환했지만 23일 매수를 재개, 26일까지 최근 2주간 1조2,40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관심이 커지는 국내 시장과 달리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주요 아시아 신흥국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인은 7월 인도와 인도네시아 증시에서 각각 10억1,500만달러, 2억5,300만달러 규모의 주식을 내다판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2억8,500만달러, 4억2,200만달러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같은 외국인의 매매 흐름은 한국 증시가 주변 신흥국 대비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은 "유동성이 과하게 풀려 고평가됐던 인도ㆍ인도네시아 등과 달리 한국은 최근 2년간 유동성 유입이 거의 없고 오히려 올해 초 뱅가드지수 변경에 따른 매도 등으로 자금이 유출됐다"며 "주요 기업도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된 측면이 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2주간 외국인 쇼핑목록에 이름을 올린 종목은 크게 자동차(Automobile)와 화학(Chemistry), 전기전자(Electricity) 등 'ACE'로 요약된다.


외국인은 이 기간 현대차(1,000억원)와 기아차(1,529억원), 현대모비스(592억원) 등 현대차 3인방을 3,000억원 넘게 매집했다. 이들 자동차주는 아반떼 디젤, 신형 제네시스, LF쏘나타로 이어지는 신차 효과와 함께 유럽 경기 회복 수혜가 기대된다는 전망에 최근 주가 강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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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개선으로 3ㆍ4분기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롯데케미칼(770억원), LG화학(259억원) 등 화학주도 러브콜을 받았다.

외국인은 특히 전기전자 종목에 애정공세를 퍼부었다. 삼성전자에 5,600억원 넘는 돈이 몰렸고 SK하이닉스(1,705억원)와 삼성SDI(479억원), LG디스플레이(324억원) 등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 목록에 랭크됐다.

이들 ACE 종목의 공통점은 글로벌 경쟁업체 대비 저평가 받고 있다는 점이다. 류 팀장은 "외국인 자금은 차별적 요소, 즉 '타 증시 대비 얼마나 싼가'와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가'의 두 가지로 투자를 결정한다"며 "전기전자와 자동차 종목은 차별적 요소, 화학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 전망에 외국인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분간 경기 민감주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이달 들어 순매도를 보인 일부 구간에서도 경기 반등 수혜주를 꾸준히 사들였다"며 "국내 경기 반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의 기대감이 크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아시아 신흥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한국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했다.

류 팀장도 "아시아 주요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우하향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3ㆍ4분기부터 우상향을 그리며 개선되고 이에 따라 기업의 이익추정치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외국인의 관심을 받는 개별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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