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24를 보고 김만수는 말했다. “창호형이 최근에 기풍이 많이 변했다는 걸 보여주는 수예요.” 우상귀를 가로 걸쳐가는 수가 시급해 보이는데 그것을 보류하고 실전보의 24부터 두고 있다. 우하귀의 흑에 대한 공격을 노리는 것이다. 유창혁이나 이세돌이라면 몰라도 이창호가 서반에 공격위주로 판을 짜다니. 변해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이렇게 되면 흑도 가에 굳히고 있을 여유는 없다. 백이 25에 굳히는 수가 너무도 좋기 때문이다. 흑27은 이렇게 고자세로 두는 것이 상식이다. 공고하게 둔다고 참고도1의 흑1로 벌리면 백2 이하 6을 활용당하여 흑의 불만이다. 백28은 이창호류. 흑29는 웅대한 구상. 이젠 백이 가로 걸치기는 어렵게 되었다. 백가면 흑나로 무식하게 씌우는 수가 통렬하다. 백다로 나오면 흑라로 공격하여 백이 난처하다. 백30으로 31을 유도해 놓고(흑31을 달리 두기는 거북하다. 바로 그 31의 자리에 백이 놓이면 그 진용이 너무 멋지니까) 백32로 쳐들어가는 이창호. 계속해서 공격적이다. 참고도2의 흑1이면 백2 이하 8로 둘 예정이라는 것은 아마추어인 필자의 눈에도 훤히 보였다. 여기서 장쉬는 다시 10분간 장고했다. “아마 장쉬가 오른쪽 흑 4점을 과감하게 버리는 것을 검토하는 모양입니다.” 김만수의 이 예측은 곧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