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김승경 중소기업은행장(로터리)

서울에 사는 직장인들의 취미와 여가생활 중에 아마도 등산이 으뜸이 아닌가 한다. 필자도 주말이면 거의 빼놓지 않고 북한산이나 청계산, 관악산 등으로 등산을 자주 간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소백산과 같이 먼 곳의 이름난 명산들을 찾고 싶은 생각도 간절할 때가 있으나 교통사정 때문에 아무래도 근교의 산을 자주 찾게 된다. 그래서 서울 인근에만도 북한산이나 도봉산과 같은 훌륭한 산들이 여럿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서울은 정녕 빼어난 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정원이라고 자랑할만 하지 않을까.등산은 특별한 준비나 절차가 필요없는데다가 좋은 운동이 되고 무엇보다도 숲속을 헤치고 능선을 따라 걷거나 정상에 올라 저 아래 우리가 떠나온 지점을 굽어보는 장쾌함이야말로 달리 비할 데가 없을 것이다. 산에 오르면 우리는 모두다 넉넉하고 관대해진다. 도심의 차도에서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서로 다투다가도 산에서만은 모르는 사람끼리도 눈인사를 나누는가 하면, 지나가는 사람을 세워 음식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산악인들에 의하면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산에는 산격이란 게 있다고 한다. 산악인들은 훌륭한 사람에게서 훌륭한 인격을 느끼듯, 좋은 산에 오르면 좋은 산격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데 산의 산다움, 즉 산격이란 무엇보다도 산의 그 자연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산이 지니고 있는 푸른 나무와 숲, 맑은 물과 바람, 그리고 산새들의 지저귐같은 대자연이 없다면 산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시작된 각 기업들의 일사일산 갖기 운동으로 북한산이나 청계산에는 여기저기 나뭇가지에 나무의 이름을 박은 명패가 걸려 친근감을 더하고 당국에서도 훼손이 심한 일부 등산로를 한시적으로 폐쇄하는 등 자연보호 운동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덕분에 과거에 비하면 우리의 산은 제모습을 많이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곳곳에서 산의 오염, 훼손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계곡을 흐르는 물이 기슭에 도착하기도 전에 혼탁해져 있는 경우도 있고 산중턱까지 무질서하게 침범한 가옥들로 산의 미관이 손상되는 곳이 아직도 많다. 이러한 훼손과 오염에는 그동안 우리 모두의 무책임한 손길들이 개입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산에 올라 모르는 사람들과 따스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여유와 미덕이 우리들에게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산을 사랑할 것이고 산을 살리려는 노력도 끊임없이 지속되어 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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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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