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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치른 캐나디언 여자오픈은 디팬딩 챔피언으로 나섰던 첫 LPGA경기였다. 미국 데뷔 후 첫 승을 거뒀던 대회로 어떤 대회보다 의미가 컸기 때문에 꼭 타이틀을 지키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사실 지난해와 다른 골프장이기 때문에 힘든 면도 있었다. # 그립 가볍게 쥐고 부드럽게 스윙을
올해 대회가 열렸던 런던헌트 골프장은 페어웨이와 그린이 딱딱하고 그린 주변에 벙커가 많아 선수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껴야 했다. 거리도 짧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긴 클럽으로 세컨 샷을 해야 했고 그만큼 볼이 멈춰서지 않았다. 그린이 딱딱해 튕겨 나가기도 했다. 그래서 유난히 선수들의 벙커 샷 장면이 많았는데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벙커 샷에 대해 한가지 확고한 원칙이 있기 때문에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 원칙은 바로 ‘가볍게 스윙 한다’는 것이다. 벙커 샷을 실패하는 경우는 대부분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몸이 뻣뻣해 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클럽 헤드가 볼 뒤 모래에 박히면서 잘 빠져 나오지 못하고 따라서 볼도 벙커에서 나오지 못한다. 볼 뒤 모래를 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너무 급한 각도로 모래를 때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샌드웨지는 14개의 클럽 중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가볍게 휘둘러도 볼은 모래를 잘 빠져 나온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가볍게 휘두르냐는 것. 가볍고 부드럽게 스윙하기 위해서는 그립을 가볍게 쥐어야 한다. 그립에 힘이 들어가면 손목에서부터 어깨까지의 근육이 모두 경직된다. 이래서는 좋은 스윙을 할 수 없다. 평소보다 헐겁다고 생각될 정도로 해 두는 것이 좋다. 클럽이 모래 바닥에 닿지 않아야 하므로, 스스로의 기분에 클럽을 헐거운 느낌으로 잡았다면 평소 정도의 그립 세기가 나온다. 이 상태로 스윙을 해야 실제 스윙에서 헤드의 묵직한 무게 감을 느낄 수 있어 제대로 된 스윙 스피드를 낼 수 있다. 그립을 하기 전 클럽 페이스를 어느 정도 열어두면 클럽 헤드가 모래를 미끄러져 나오는데 큰 도움이 된다. 클럽이 볼 밑 모래를 미끄러져 나오면 볼이 제자리에서 솟구치는 듯 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클럽이 볼보다 먼저 나간다’는 것은 바로 이런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나는 이렇게 ‘가볍게 스윙 한다’의 원칙을 세우고 ‘그립을 가볍게 잡는다’는 실천사항을 명심하며 벙커 샷을 한다. 모래에 발을 많이 묻는다든지, 볼의 위치를 조금씩 조절하는 등의 방법은 정말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잘 쓰지 않는다. 페어웨이처럼 샷을 하되 셋 업을 조금만 수정하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잡아 집중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단순하게 ‘가볍고 부드럽게’를 되뇌어 보자. 프로들처럼 홀 옆에 볼을 멈춰 세울 수는 없더라도 샷을 한 뒤 캐디에게 ‘퍼터 달라’고 말 할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