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다 장사가 훨씬 더 어렵다」소장파 정치인들이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며 직접 출자, 경영에 나서 화제가 됐던 음식점 「하로동선」이 계속되는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최근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하로동선은 지난 96년 박석무 노무현 제정구 김홍신 등 20여명의 전·현직 의원들이 5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모아 시작한 음식점.
지난 14대 총선 직후 낙선의 고배를 마신 이들 정치인들이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조성하고 낙선에 따른 아픔을 서로 달래며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음식점 상호도 여름과 겨울에는 전혀 쓸모가 없는 난로와 부채지만 때가 되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듯이 이들 정치인들도 언젠가 때가 되면 필요한 밑거름이 되자는 의미에서 하로동선으로 정했다.
그러나 장사에는 문외한이었던 이들 정치인들에게 음식장사는 얼키고 설켜 한치 예측이 불가능한 우리 정치상황을 풀어가는 것보다도 훨씬 더 힘들고 어려웠다.
주주들이 돌아가며 책임지고 운영하던 하로동선은 결국 영업부진으로 적자가 계속되면서 출자에 따른 이익 배분은 커녕 운영비를 더 갹출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는 등 아마추어 장사꾼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이들 주주들은 그동안 영업부진에 따른 책임을 깨끗이 인정하고 하로동선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부터 이들 정치인들과 평소 알고지내던 최영자 (51)씨가 맡아 운영한 뒤부터 하로동선은 요즘 崔씨의 손맛과 영업수완에 힘입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끓고 있다.
게다가 주주들이 요일마다 당번을 정해 놓고 이 곳에서 모임을 가짐으로써 썰렁했던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하로동선의 주주이면서 한때 식품제조업체인 풀무원을 직접 경영하기도 했던 원혜영 부천시장은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부터는 가게에 손님이 느는 등 경영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며 『조그마한 가게 하나 꾸려나가는데도 경영마인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하물며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야 말로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박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