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투자자들은 섣불리 주식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는 10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됨에 따라 주식을 들고 연휴를 보내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리플위칭데이(선물ㆍ옵션ㆍ개별주식옵션 동시만기)가 추석 연휴 직전인 오는 9일로 예정돼 있어 이 때를 전후해 쏟아질 수 있는 프로그램 매물 우려도 주식매수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3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0.18포인트 떨어진 766.32포인트로 마감해 나흘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전일 미국 나스닥지수가 1.71% 오르며 17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외국인들이 3,047억원이나 순매수했지만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약세로 반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502억원, 1,405억원을 팔아치우며 최근의 매도기조를 이어갔다. 특히 만기를 앞두고 프로그램 매물이 1,695억원이나 쏟아져 지수의 추가 상승을 막았다.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까지 지수가 당분간 정체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투자 주체들의 소극적 태도가 추석과 동시만기라는 수급부담이 해소되기 전까지 변화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수 움직임에 연연하기보다 추석 이후의 시장을 대비해 주가가 조정을 보일 때마다 외국인 선호주 및 실적호전주에 대한 저점매수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추석 앞두고 증시약세 현상 두드러져=과거 추석 연휴를 앞둔 주식시장은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97년부터 2002년까지 추석 연휴 직전 7일간 종합주가지수는 모두 하락세를 보였으며 평균 하락률은 2.8%를 기록했다. 반면 추석 이후 7일간은 6년 중 두 번 상승하고 네 번 하락해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추석을 앞두고 증시가 약세를 보인 이유는
▲추석 자금 유출
▲미국증시의 9월 약세현상
▲연휴기간 휴장에 따른 심리적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 90년 이후 13차례의 추석 전후 주가 등락사례를 분석한 결과, 추석 연휴 이전에는 변동성이 축소된 반면 연휴 이후 기존 추세가 이어지며 변동성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물ㆍ옵션 동시만기 부담도 변수=추석연휴로 인해 9월 선물ㆍ옵션 동시만기가 연휴 전일인 오는 9일로 앞당겨졌다. 이번 만기에 예상되는 청산물량은 3,000억~4,0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선물 9월물과 12월물간 가격차를 이용한 스프레드 거래로 롤오버(만기연장)되는 물량을 감안하면 매물부담은 3,5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동시만기가 추석 연휴와 겹치면서 만기에 따른 시장충격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승훈 대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동시만기에 따른 수급부담이 증시의 방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렵지만 이번 동시만기는 추석을 앞두고 매수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맞을 것으로 보여 작은 청산물량에도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레버리지가 높은 선물ㆍ옵션시장에서 연휴를 앞두고 프로그램 물량을 만기 연장해 리스크를 떠안기보다는 청산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상승탄력 둔화 염두에 둔 종목별 대응전략 필요=전문가들은 당분간 주식시장이 추석 및 동시만기의 영향권에 접어들면서 상승탄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추석연휴 및 동시만기 부담에도 불구하고 미국증시의 상승세 지속과 외국인 매수세를 감안할 때 기존 상승추세는 유지하겠지만 상승 폭은 당분간 다른 국가 증시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 이전의 단기부진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투자증권은 추석 이후의 장세를 겨냥한 관심종목군으로 LG전자ㆍ한미은행ㆍ한국전력ㆍ국민은행ㆍ현대차ㆍ대우종합기계 등 외국인 선호주와 CJㆍ호남석유ㆍ풍산ㆍ삼성SDIㆍ금호전기ㆍ한진해운 등 3ㆍ4분기 실적호전주를 꼽았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