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확실시되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3인자 칼리드 샤이크 모하메드(37)가 1일 새벽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체포됐다.
라시드 쿠레시 파키스탄 대통령 대변인은 “미국과의 공조 하에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왈핀디시에서 모하메드를 체포했다”며 “그는 알 카에다의 우두머리(kingpin)”라고 발표했다.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도 “미 정보기관도 체포 작전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그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측은 조만간 미국이나 제3국의 안전한 장소로 옮겨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합동 신문을 거쳐 미 군사법정에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방향
미 언론들은 그가 작전 및 조직관리 책임자로서 알 카에다의 모든 테러 행위에 관여했기 때문에 9ㆍ11 사건의 전모, 알 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의 생사 여부와 행방, 앞으로의 테러 계획 및 알 카에다 잔당의 소재 등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그너스 랜스톱 스코들랜드 성 앤드류대학 테러연구소장은 “모하메드가 모든 열쇠를 쥐고 있다”며 “세계 각지의 테러조직과 연결돼 있는 그는 계획 중인 모든 테러, 테러별 관련자, 테러 계획이 진행되는 장소 등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러의 꼭지점인 모하메드가 풀리면 모든 것이 풀릴 것이라는 얘기다.
9ㆍ11 테러를 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9ㆍ11의 전모를 밝히는 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9ㆍ11에 가담한 범인 19명 전원이 사망해 누가 어떤 계통을 통해 테러 지시를 받았는지 등 구체적 내막을 밝혀내지 못한 미국은 그의 입을 통해 이 공백들을 메울 수 있게 됐다.
수사 당국은 특히 살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빈 라덴의 행방, 알 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은신처 등에 대한 정보도 캐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모하메드가 직접 관장하는 남아시아 및 유럽 내 테러 세포의 전모, 알 카에다의 화생방무기 보유 여부 및 생화학 테러 계획 수립 여부 등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미소 짓는 미국
미 언론들은 모하메드 체포를 `결정적 순간의 결정적 체포`라고 묘사하면서 이라크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과 별 상관 없는 이라크전을 추진하면서 알 카에다의 테러 위협은 소홀히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이라크전을 시작했을 때 미국에서 알 카에다가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국내 명분 축적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언론들은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의 전쟁 반대 움직임에 직면한 미국이 또 다른 카드를 쥘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모하메드를 통해 이라크 정권과 알 카에다의 연계가 드러나 준다면 미국으로서는 호재 중의 호재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영섭기자
<미주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