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황 공연계, 줄이고 또 줄인다

프로그램북 안 만들고 출연료등 제작비 감축<br>티켓값 내려 관객 유인<br>40∼50대 이상 겨냥 가족 소재 공연도 늘어

발레 '돈키호테'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불황을 맞은 공연계가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작비를 줄여 티켓 가격을 인하하는가 하면 프로그램북 등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도 줄이고 나섰다. 소재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어려운 시기를 맞아 힘이 되는 가족을 소재로 한 공연도 늘어나고 있다. ◇제작비 줄이고 티켓가격 내려= 4월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재개막하는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지난해 초연보다 가격을 30% 가량 인하했다. 지난 해에는 VIP석 7만원, R석 6만원, S석 4만 5,000원에 판매했지만 올해는 R석 5만원, S석 3만 5,000원에 판매한다. 제작사인 쇼틱커뮤니케이션즈의 김종헌 대표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출연료를 비롯한 제작비를 낮췄고 이에 따라 가격을 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라디오스타’도 티켓가격을 1만 원 가량 내렸다. 3일 충무아트홀에서 재개막하는 이 공연의 최고가는 7만원으로 정해졌다. 지난해 공연에서는 음악이 담긴 CD와 프로그램을 포함해 가장 비싼 티켓 값이 10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값을 내렸다. 제작사인 쇼플레이 관계자는 “CD와 프로그램북을 빼면 실질적으로 1만 원 가량 가격이 싸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북 안 만들고 해설로 대체= 유니버설 발레단은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공연한 발레 ‘돈키호테’의 해설이 담긴 프로그램북을 제작하지 않았다. 약 1,000만 원 가량 소요되는 프로그램북 제작비를 아끼는 대신 발레 단원들을 대폭 활용했다. 문훈숙 단장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연 시작 30분 전에 공연장에서 발레의 마임 동작을 설명했다. 공연장 로비에서는 모니터를 통해 주역 무용수들이 32회 연속 회전 등 테크닉을 설명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해설이 있는 친절한 발레’를 표방한 이 공연은 유료 객석 점유율이 80%를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임소영 유니버설발레단 공연기획팀장은 이에 대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관객에게 다가서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불황에 소재도 변화= 지난 1월 개막한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은 연일 매진을 이어가며 공연기간을 1주일 연장했다. 제작사인 IHQ는 “중년 여성과 모녀 관객이 몰리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공연 초반에는 강부자씨를 보기 위해 관객들이 왔지만 이제는 강부자씨가 출연하지 않는 공연까지 매진될 정도”라고 말했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따스한 가족 이야기’가 먹힌다는 대학로 속설이 다시 증명된 셈이다. 이에 따라 아버지를 조망한 연극도 쏟아지고 있다. 극단 은행나무, 극단 모꼬지, 극단 라이프시어터 등은 ‘아버지 열전 시리즈’라는 주제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아버지와 아들’, 뮤지컬 ‘기러기 아빠’를 차례로 선보인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와 같은 공연계의 생존전략과 관련 “경기 위축과 기업의 단체 티켓 판매 감소로 제작사들이 소비자와 밀착된 방향으로 시장 전략을 짜고 있다”며 “특히 기존 주요 관객인 20대 대신 경제력을 가진 40~50대 이상 관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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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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