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치열한 반 값 세일의 7조 시장 아웃렛


지난 98년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아웃렛(Outlet)이라는 유통 업태가 없었다. 물론 90년대 초부터 일부 업자들이 체육관, 예식장 등 넓은 장소를 한시적으로 임대해 유명 메이커의 재고를 할인 판매하는 행사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일부 업자와 전문가들을 제외하면 그 같은 소매 형태가 아웃렛의 시작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97년 IMF사태가 터졌다. 의류업계는 거품이 극에 달했던 시절 마구잡이로 찍어내 쌓아 놓았던 재고 부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생산 업체들은 원가를 뽑지 못하더라도 창고 마다 수북히 쌓인 재고를 털어내, 자금을 순환시키고 싶었다. 이런 와중에 몇몇 생산업체와 유통업자들이 연결됐다. 메이커들은 헐값에 물건을 넘겼고, 유통업자들도 소비자들에게 이를 다시 싼값에 팔았다. 소비자들은 평소에는 큰 마음을 먹어야 구입할 수 있었던 고가 브랜드를 ‘반 값에 구매할 수 있다’는 광고에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섰다. 생산업자와 유통업자들은 산더미 처럼 쌓인 재고와 줄을 서는 구매자들을 번갈아 보며 아웃렛의 가능성을 점쳤다. 서울의 문정동, 구로동, 연신내, 신림동, 경기도의 죽전, 덕이동 등에 잇따라 타운이 생겼고 이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곳들은 모두 도심의 백화점이나 유명 브랜드 대리점과는 거리가 멀어 상권이 겹치지 않았고, 마이카 시대의 도래로 접근성도 용이해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런 와중에 이랜드그룹이 2001아웃렛으로 대형 몰 방식을 선보였고, 세이브존, 뉴코아 등도 새로 생겨나거나, 업태를 변경하면서 시장에 진입했다. 이렇게 커진 시장이 지난해 추산 7조 규모. 여기에 더해 2004년 벽두에는 신세계가 미국의 첼시프로퍼티 그룹과 제휴, 명품 아웃렛 사업을 시작한다는 기사(2004년 1월 15일자 본보 단독 취재)가 보도 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번성하던 아웃렛 업계는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아웃렛 매장의 숫자가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 판단하는 아웃렛의 적정 비율은 정상 매장 20개에 아웃렛 매장 한 개. 하지만 이 같은 비율은 일찌감치 무너져, 물건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매장에서는 신상품을 판매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수도권에서 오렌지카운티 매장을 운영하는 이남욱 ㈜곤지암창고형마트 대표는 “아웃렛이라는 유통 업태는 이미 포화 국면으로 들어섰다”며“앞으로 아웃렛 사업은 저렴한 물건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소비자들에게 싼 값에 공급할 수 있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간에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번주 리빙앤조이는 주말에 교외로 나가는 발 품을 팔면 철 지난 상품을 반 값에 살 수 있는-짭짤한 쇼핑정보-아웃렛에 관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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