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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리고 해외 원정도박을 벌인 의혹을 받는 장세주(62·사진) 동국제강 회장을 소환조사한다. 특히 장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망 이후 주춤했던 기업 사정수사가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한동훈 부장검사)는 21일 오전10시 장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상습도박 혐의에 따른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동국제강 본사 압수수색 이후 회사 직원 등 80여명을 소환조사해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며 "21일 장 회장을 직접 불러 혐의를 확인하는 한편 본인의 소명을 충분히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장 회장은 해외에서 중간재 등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현지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실제 가격보다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장 회장은 미국법인인 동국인터내셔널(DKI) 은행 계좌로 지급한 대금 가운데 일부를 손실처리하는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장 회장이 동국제강의 IT 계열사인 DK유엔씨와 장 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업체 페럼인프라 등과의 내부거래 과정에서도 거래자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회사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장 회장은 이렇게 빼돌린 회사 돈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고급 카지노에서 고액의 도박을 벌여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횡령액 상당수가 장 회장 도박자금으로 쓰인 점, 80여명의 관계자 조사를 통해 확보한 진술 등을 통해 장 회장이 횡령을 주도했다고 보고 소환조사에서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해외 원정도박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 수사당국과 공조해 장 회장의 미국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하고 있다.
장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계기로 그동안 주춤했던 포스코건설 등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달 초부터 검찰은 포스코건설·경남기업·동국제강 등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수사에 착수해 기업 사정 국면이 조성됐으나 지난 9일 성 전 회장의 자살이라는 불의의 사고 이후 기업 고위층 등 핵심 피의자 조사보다는 물증 확보와 사건 관계자 조사에 집중해 '숨고르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수사 중에 사망한 성 전 회장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장 회장을 비롯한 핵심 피의자 수사가 좀 더 압축적으로 진행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성 전 회장의 경우 3일 소환조사, 6일 사전구속영장 청구, 9일 영장실질심사 등 다소 늘어진 수사진행이 피의자에게 정신적 압박으로 작용해 극단적 선택의 한 이유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