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작전의 기로에서
제2보(15~27)
백22까지는 이렇게 되는 자리. 그 다음이 어렵다. 제일감은 참고도1의 흑1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것이지만 백2로 제꺽 끊으면 흑의 응수가 난처하다.
조훈현은 그 끊는 수의 파괴력을 줄이기 위해 실전보의 23, 25로 밀어붙이고 비로소 27로 두었다. 여기서 창하오는 고민에 빠졌다. 안전 위주로 가야 할지 난투로 가야 할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온 것이었다.
안전하게 두자면 참고도2의 백1로 달아나는 방식이다. 그것이면 흑은 2로 모양을 갖추게 되고 백은 3에서 5로 역시 모양을 정비하게 된다. 이 코스면 장기전의 양상이 될 것이다.
창하오는 시간을 아낌없이 쓰면서 숙고했다. 여기서 칼을 뽑아야 할까. 아니면 참고 기다려야 할까. 상대는 전신(戰神)이라는 별명을 가진 난투전문가. 그러나 최근 노쇠한 기미가 역력하다. 화끈하게 한판 붙어볼까. 힘바둑이라면 밀릴 이유가 없다.
창하오는 망설이고 망설였다. 난투는 위험부담이 있고 지구전은 고통스럽다. 그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 과연 조훈현9단에게 어떤 방식이 잘 먹혀들까.
검토실에서 한국팀 단장 한철균6단이 말했다.
“창하오가 상대방을 존중하면 끊지 않을 것이고….”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10/10 1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