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이일드 채권펀드 시장은 앞으로 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입니다. 세제혜택과 공모주 우선 배정 등 '당근정책'이 활성화의 토양이 될 것입니다."
김형호(52·사진)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4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분리과세 혜택이 있는 하이일드 채권펀드 출시가 허용돼 회사채 시장의 왜곡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BBB등급 이하 회사채 투자가 자연스레 늘어나 외면현상이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가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 만큼 하이일드 채권펀드가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지난 1월 관련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금융투자업체들은 비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지난달 업계 1호로 하이일드 채권펀드를 출시했다. 현재 법인자금 20억원이 유입됐다. 김 대표는 이 펀드의 성장성을 확신했다. 그는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신 원천세율(15.4%)만 적용하는 것이 '슈퍼리치'들에게 매력적인데다 당국이 펀드 활성화를 위해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도 줬다"며 "분리과세 하이일드 채권펀드는 높은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채권투자자문 펀드가 출시한 1호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올해 목표 수익률은 15%에 달한다. 김 대표는 "A등급의 주식 관련 사채(BW·CB)에 15%, 공모주에 15%, BBB등급 이하의 하이일드 회사채에 70%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공모주 우선 배정으로 인해 목표 수익률을 당초 예상보다 더 높은 15%까지 올려 잡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하이일드 채권펀드가 활성화되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회사채 시장이 정상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채 시장은 웅진그룹·STX그룹과 동양그룹 등이 잇달아 무너지면서 극단적인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우량 회사채는 없어서 못 팔 정도이지만 비우량 회사채는 발행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투자 위축현상이 뚜렷하다.
김 대표는 "우리 펀드를 비롯해 분리과세 하이일드 채권펀드들이 여럿 생기면서 BBB등급 이하의 회사채도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업계 1호 하이일드 채권펀드를 내놓은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답게 시장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현재는 해외 하이일드 펀드 시장이 2조6,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국내 하이일드 펀드 설정액은 1,1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세제혜택 등으로 성장의 방아쇠가 당겨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정부가 2000년 신용보증기금이 신용을 보강해 비우량채권을 유통시킨 '프라이머리 담보부증권(P-CBO)' 정책을 시행할 당시 국내 하이일드 채권 시장 규모가 7조원에 달했다"며 "분리과세 혜택이 부여된 하이일드 채권펀드에 대한 관심과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시장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국채권투자자문이 지난 3일 자산운용사 상품개발담당자·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설명회에는 300여명이 참석해 큰 관심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의 관심도 많았고 금융업체 상품개발자들의 도움 요청이 많아서 시스템을 무료로 공개했다"며 "국내 하이일드 펀드를 운용했던 경험을 지닌 운용사들 중심으로 하이일드 채권펀드를 출시해 시장 성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조흥투신운용·동양투신운용·아이투신운용 등에서 채권 운용에만 18년 이상 몸담아온 전문가다. 2010년 국내 최초로 채권 전문 투자자문사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