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익성 위기 비웃으며 치솟는 은행 연봉

국내 11개 은행 정규직 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1억200만원으로 2년 사이 1,900만원이나 올랐다고 한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25%가량 줄고 올 상반기에는 다시 반토막이 났는데도 임금만은 고성장세를 달렸다. 이러니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은행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8,400만원)마저 순익을 총직원 수로 나눈 1인당 생산성(8,310만원)을 웃돈다. 인터넷ㆍ모바일뱅킹 활성화로 창구직원의 업무가 줄었는데도 총직원은 2년 새 3,300여명, 지점ㆍ출장소는 5년 새 636개 늘어났다. '꿈의 직장'이 따로 없는데도 노조는 올해 임금 8.1%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과 당국은 무사태평이다. 금융당국은 성과보상 체계 수술, 점포 통폐합 등을 요구하는 수준에 그쳤다. 은행들도 임원급여 삭감ㆍ반납, 점포 180개 안팎 정리, 통폐합을 약속한 정도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데다 하우스푸어ㆍ전월세 대책 등 각종 정책에 은행을 동원하고 관치금융으로 내려온 낙하산 경영진이 이에 '화답'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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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금융의 경쟁력과 자율성은 매우 초라하다. 경쟁력은 71위로 대만(19위)ㆍ인도(21위)ㆍ태국(43위)ㆍ인도네시아(70위)에도 뒤지고 자율성은 114위로 최하위권이다. 국내 총금융자산 약 3,300조원의 55%를 차지하는 은행이 성장성ㆍ국제화ㆍ수익성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낙제점 수준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연간 수조원의 순익을 낼 때도 수익원 다변화, 국제화 기반을 다지지 못했다. 예금ㆍ대출이자 간 차익으로 손쉽게 돈 장사를 해온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해 수익에서 비(非)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17%에서 지난해 9%로 떨어졌다. 그 비중이 30~60%대인 선진 은행들과 딴판이다. 게다가 7,835개 점포 가운데 10% 이상이 적자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비이자수입 확대 없는 수익성 개선은 한낱 공염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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