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피서지는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해운대에 백만명이 넘는 피서객이 몰리고, 동해안에도 50만명이 넘는 피서객이 연일 백사장을 메우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이러한 모습이 이제는 변화할 때도 됨직 하건만 그래도 여전히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텅 빈 도시는 오랜만에 한가로움을 보여준다. 북적거리던 지하철도 듬성듬성 빈자리가 눈에 띄고, 신호등을 기다리는 자동차의 선도 적당하게 여유를 찾고 있다. 거리를 한적하게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고, 얼마 전 들어선 새로운 상점들의 모습도 이제서야 제대로 눈에 들어온다. 모두가 떠난 뒤 남은 자들이 느끼는 작은 행복이다.
늘 바쁘게 사는 우리 사회를 생각할 때 휴가마저도 경쟁적으로 바쁘게 눈치를 보며 지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휴가라고 하면 모름지기 노동의 대가로 얻어진 일종의 성과가 아니겠는가.
그런 만큼 일상 속에서 누리지 못하는 여유로움도 느끼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갖고 또 오랜만에 친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어찌 보면 이는 신성한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비생산적인 휴가문화를 바꾸지 못하는 것이 제도 때문이지, 아니면 우리의 습성 때문인지, 아무튼 풀기 어려운 난제임에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올 여름에는 개인적으로 새로운 빈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얼마 전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지역여름음악제가 그것이다. 주로 초등학생들과 가족들이 연주자로 참여했고 동네사람들이 관람객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연주자들이 직접 무대를 꾸미고 관람공간도 동네사람들이 스스로 꾸며 앉았다.
서투른 진행으로 공연이 끊어지기도 했고, 연주자들의 잦은 실수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오랜만에 올려다 본 밤하늘이 유난히도 까맣게 보였고, 별빛도 초롱초롱하게 보였다. 여유로움에서 느껴보는 주변의 아름다움이 새삼스러웠다.
이 모두가 시간차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빈틈의 여유로움이다. 남들이 다 떠난 뒤 남아 있는 공간의 여유 그리고 남들이 돌아 올 때 찾아가는 피서지의 여유, 그 여유에서 휴가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이연택(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