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산업의 요람인 실리콘 밸리에 닷컴거품 붕괴 이후 처음으로 일자리가 늘어났다. 또 근무자들의 평균임금도 상승추세로 돌아서는 등 실리콘 밸리가 닷컴 거품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컴퓨터제조 등 전통 IT 분야가 쇠퇴한 반면 소프트웨어 등 혁신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실리콘 밸리가 다시 뜨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영리그룹인 '조인트벤처 실리콘 밸리'가 발표한 '2006년 실리콘 밸리 보고서'를 인용, 2006년 2ㆍ4분기까지 12개월동안 실리콘 밸리내 일자리는 전년동기 대비 2.9%, 3만3,252개가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닷컴 거품이 붕괴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다. 실업률도 2002년 거의 8%에서 지난해 4%까지 감소했다. 벤처 창업도 크게 늘고있다. 대부분 동영상, 사회네트워크, 청정기술 등의 인터넷 기업들이다. 조인트벤처의 러셀 행콕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 밸리가 '재부팅'되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반복돼온 재편과 부활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실리콘 밸리를 회생시킨 동력으로 소프트웨어 분야를 꼽았다. 새로운 일자리의 대부분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기초한 프로그램 개발 등 소프트웨어와 이를 응용한 서비스분야에서 창출됐기 때문이다. 반면 전통적 IT 산업인 컴퓨터 제조분야는 오히려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도우 헨튼은 "침체기를 겪으면서 실리콘밸리의 IT 산업에도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결과"라며 "저숙련 일자리들이 디자인을 비롯한 특수기술분야 등 고숙련 일자리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 밸리가 다시 살아나면서 부정적인 영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인력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인력난이 심해지고 이로 인해 실리콘 밸리내 근로자 평균임금이 상승하고 있다. 이 지역 평균연봉은 2005년 7만1,236달러에서 지난해 7만4,302달러로 높아졌다. 아직 2000년 한창 때의 8만6,320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미 인력난은 창업기업이나 중소ㆍ벤처 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으며 시스코 시스템즈나 HP 같은 대기업들도 예외가 아닌 상황이다. 또 주택 가격 앙등과 함께 공급도 부족해 지난해 주택구입 희망자의 26% 만이 자기집 장만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