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건설노조의 장기파업으로 사용자 측인 전문건설회사들의 연쇄 폐업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항 지역 건설인력들의 무더기 해고 사태 등 대규모 실직대란이 몰아치고 있다.
포항전문건설전기협의회 소속 70개 업체 대표들은 31일 “노조 파업으로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해나갈 수 없게 됐다”며 원청업체인 포스코건설에 계약해지를 요청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이날 “파업이 두 달을 넘기면서 회원사 경영상태가 극도로 악화돼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1일 회원사 총회를 열어 사업을 포기하기로 내부 결론을 낸 상태”라고 밝혔다.
전문건설업체들이 사실상 자진폐업조치나 다름없는 계약해지 방침을 정한 것은 60여일간의 장기파업으로 포스코가 발주하는 파이넥스공사 등을 전혀 진행하지 못해 극도의 자금난에 시달려온데다 앞으로도 새 어음을 발행할 수도 없어 사업포기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건설회사들이 실제로 계약해지를 강행할 경우 포항건설노조원 외에 70개 회사에 근무 중인 1,000여명의 정규ㆍ계약직 직원들도 무더기 정리해고가 불가피해져 포항 지역에 대규모 실직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노조 측도 전문건설협의회의 와해로 사용자 측이 없어지면 협상 당사자가 사라져 노사간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여 이번 사태가 중대국면으로 향하고 있다.
김동진 포항전문건설협의회 회장은 “노조 측이 지난번 노사양측 교섭단이 밤샘 마라톤 끝에 도출해낸 잠정합의안에 대해 지금이라도 찬반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며 “조합원들이 현장에 무조건 복귀하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