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입법과 후속대책을 논의할 '노사정소위원회'를 두달간 가동하기로 했다. 노사정이 합의해야 할 노동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다행스런 일이다. 노사정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코앞에 닥친 임금·단체협상을 시작으로 노사 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수 있다. 개점휴업 상태인 정부의 노사정위원회를 대신할 국회 노사정소위에는 환노위 소속 의원들와 고용노동부 장관, 노동계와 경제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만큼 알찬 결실을 거두기 바란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환노위가 노동 관련 현안에 대해 노사정 이해관계의 균형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의원들은 속성상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화학사고 기업에 과징금 폭탄을 때리려다 반발을 샀던 환노위에는 친노동계·반경영계 정서가 강한 의원들이 많다. 야근·휴일근로 시간이 줄어든 만큼 추가 근로수당을 깎지 않거나 신의성실의 원칙보다는 통상임금을 키우는 방향의 합의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생산성 향상, 임금체계 개편 과제 등은 등한시하거나 노사정위에 미룰 공산이 크다.
환노위는 과욕을 부리지 말고 노사정의 균형자 역할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노동계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부와 노사정위도 분발해야 한다. 정부는 15년째 노사정위에 불참해온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총까지 노사정위를 박차고 나온 이유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철도노조 파업을 막겠다고 민주노총 본부에 경찰력을 투입하는 식의 강경 일변도 정책을 계속 고수한다면 노사정위 기능의 정상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독일·네덜란드·스웨덴처럼 끈질긴 대화를 통해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내는 자세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