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캠리' 내비 성능에 억장 무너진 현대차
"까다로운 한국 운전자 입맛 잡자"도요타 등 수입차업체 한국형 내비게이션·스마트키 시스템 등 전용옵션 잇따라 선봬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도요타의 미국 켄터키 공장은 요즘 한국 수출용 뉴 캠리를 만들 때 사이드 미러에 방향 지시등을 달고 앞 범퍼에 주차센서를 추가로 장착한다. '메이드 인 USA' 제품이지만 북미 판매용에는 없는 기능을 한국 소비자만을 위해 특별히 적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콧대 높았던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만을 위한 고객 관리에 한창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온리 포 코리아(only for Korea)'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한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토요타자동차.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이 취임 이후 고객들로부터 들은 도요타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내비게이션 문제였다. 한국의 도로나 지형을 반영하지 못하는데다 업데이트도 불편하다는 원성이 컸다.
그는 즉시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본사와의 협의를 통해 LG전자와 손잡고 '한국형 내비게이션' 개발에 나섰다. 본사 기술진과 한국토요타 서비스기술부, LG전자 카 내비게이션 사업부가 1년 가까이 연구해 나온 제품이 올해 초 나온 뉴 캠리에 장착됐다. 한국 고객들의 불만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일부 모델에서 LG전자 제품을 쓴 현대ㆍ기아차가 경쟁사를 도운 것에 대해 내심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한국토요타는 삼성전자와 '토요타 커뮤니케이터'라는 전용 프로그램도 개발해 운전자에게 차량관리 정보를 제공한다. 도요타가 현지용 제품이나 프로그램 등을 개발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푸조를 수입하는 한불모터스 역시 한국 시장을 위한 변화를 시도했다. 최근 출시된 푸조 508 프리미엄팩은 내비게이션 위치가 기존 508에 비해 센터페시아 상단으로 이동했다. 내비게이션 위치가 낮아 주행 중 시야를 뺏긴다는 지적에 따라 일본이나 대만 등 아시아용 모델과 달리 위치를 상향 조정했다. 내비게이션의 터치패널도 업그레이드하고 하드웨어와 CPU도 개선했다. 속도가 빨라졌고 한글 지원도 되는 게 유럽 모델과의 큰 차이다.
수입 경차 스마트를 수입하는 스마트코리아 역시 다양한 국내 전용 옵션을 선보이고 있다. 여름과 어울리는 네 가지 스페셜 컬러를 입힌 스마트 포투 '쿨 썸머 컬러 에디션' 모델은 오직 오는 8월31일까지 국내에서만 판매된다. 몸에 지니기만 하면 차량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졌을 때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스마트키 시스템, 카브리오 모델의 경우 시동을 걸지 않고도 지붕의 개폐가 가능한 모듈도 국내 전용이다. 후방카메라가 익숙한 국내 운전자를 위해 3D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 패키지도 옵션으로 제공된다.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 먼저 출시되는 신차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닛산은 과거 인피니티의 G35와 G37을 세계 최초로, 올해 FX 30d와 JX를 아시아에서 처음 국내에서 공개했다. 크라이슬러가 지난해 7월 출시한 올 뉴 300C도 북미 시장 다음으로 한국에서 나왔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까다로운 한국 고객을 만족시키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식에 따라 한국형 사양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