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취득세를 현행 수준의 절반으로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소득공제 폭을 확대하고 배드뱅크를 설립해 이자를 탕감해주는 등 하우스푸어의 빚 부담을 덜기 위한 대책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토해양부 등 관련부처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14개 항목의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당정은 우선 취득세를 인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취득세는 현재 9억원 이하 1주택자에 한해 50%를 감면한 2%를 과세하고 있다. 취득세를 인하한다면 지난해 수준인 1주택자 1%(75% 감면), 2주택 이상 소유자 2%(50% 감면)가 유력하다. 지금의 절반이다.
당정은 하우스푸어의 가계대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소득공제 폭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상환 공제범위를 기준시가 3억원 이하, 85㎡ 이하 주택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주택범위를 넓히거나 대출원금 일부를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안을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만큼 당정 간 합의가 쉽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역시 최근 정부가 40대 이하는 미래소득을 감안해 최대 75%까지 늘리고 고령층에 대해서는 자산을 소득으로 인정하기로 한 만큼 당정 간 미세 조율만 거치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이 밖에도 ▦배드뱅크 설립을 통한 금융권 공동출자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재원 확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 초과 대출에 대한 금융권 상환요구 자제 ▦리츠 등 민간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 ▦주택담보대출 연체채권 매입 후 임대전환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새누리당은 특히 가계부채로 고통 받는 하우스푸어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권이 공동으로 출자한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정부 측에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04년 카드대란 발생 당시 400만 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양산되자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를 통해 1ㆍ2차 배드뱅크인 '한마음금융'과 '희망모아'를 설립해 각각 2조원, 13조7,000억원(채권원금 기준) 규모의 신용회복을 지원했다. 현재 저금리 전환대출 '바꿔드림론'의 재원인 신용회복기금을 3차 배드뱅크로 치면 4차 배드뱅크가 새로 설립되는 셈이다.
새누리당은 또 LTV 60% 초과대출에 대해 금융권의 상환요구를 자제시키고,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을 1금융권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등 개인별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전면 도입해 하우스푸어 문제에 대해 금융권의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재원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은 올해 대출재원으로 1조원이 배정됐다가 지난 5월 자금이 모두 소진되자 추가로 5,000억원을 지원했는데 이 역시 모두 바닥났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13년 이후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2조원 이상으로 증액하기로 한 상태인데, 이번 당정협의에 따라 그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더불어 본래 한시적 지원제도로 도입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제도가 상시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책도 논의된다. 리츠 등 민간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육성하고, 이들을 제도화시키기 위해 전문 주택임대관리업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임대사업자로 유인하기 위해 수익을 일정 부분 보장하거나 주택임대관리업자 등록 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통해 미분양아파트나 장기연체 중인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매입해 이를 임대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건설회사나 주택소유자로부터 아파트를 사들인 후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밖에 신규 주택공급을 제한하고, 보금자리주택 제도를 개선해 주택시장의 수요공급을 조정하는 방안도 모색된다. 당장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수급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하우스푸어 대책이 이른 시일 내에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관련부처와의 협조를 서둘러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대책을 확정 지어 발표할 계획이다. 여상규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취득세 제도를 손질하는 데는 당정간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며 "구체적인 인하 폭은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와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