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환율 충격으로 급락하면서 `스마트머니(Smart Money)`가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 스마트머니는 단기차익을 노린 발 빠른 개인 자금으로 지속성이 없는 게 특징이다.
24일 종합주가지수는 프로그램 매물을 포함해 기관이 3,000억원 넘는 주식을 순매도한 상황에서도 외국인이 2,700여억원, 개인이 800여원 어치를 순매수한 데 힘입어 5.86포인트(0.81%) 오른 724.70포인트로 마감, 이틀째 반등세를 이어갔다. 개인은 이틀 연속 순매수하며 지수 반등의 한 축을 담당했다.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이 같은 매수세에 대해 지수가 760선에서 710선으로 크게 떨어지자 일부 개인들이 가격 유혹에 이끌려 매수에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근 보름동안 15% 가까이 하락하는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약세를 보이면서 가격 메리트가 생기자 영리한 개인들이 이들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 자금은 단기 수익을 겨냥한 `스마트 머니`일 가능성이 높아 꾸준한 매수세를 이어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 개인들은 `학습 효과`에 따라 지수가 750선을 넘어서면 다시 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꿈틀거리기 시작한 `스마트 머니`=지난 23일 외국인이 2,000억원이 넘는 매도 공세를 폈지만 개인은 1,770억원 어치나 사들이며 이를 받아냈다. 반면 기관들은 추가 하락을 의식해 매수를 주저했다. 24일에도 개인은 기관의 대량매도공세에도 불구하고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시장에 이렇다 할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순매수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가격 모멘텀에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것을 보면 오랜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영리한 개인들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는 환율 충격으로 인한 주가 하락이 국내 시장 투자 분위기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환율 쇼크가 국내 투자자들이 증시로 돌아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천웅 모건스탠리 상무는 “국내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 과정에서 주식을 사들이면 외국인들에게 매도의 기회를 제공할 뿐이라고 염려했지만 최근 주가 하락으로 가격 메리트가 생기면서 증시 참여 욕구가 커졌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매수전환으로 보기는 아직 일러=개인들이 이틀간 순매수를 하며 증시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역할을 했지만 아직 증시의 새 주도세력으로 부각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인 자금 가운데 스마트 머니는 철저히 단기 수익에 의존하는 성향이 짙은 만큼 지수가 단기 낙폭을 만회하고 수익률이 일정 궤도에 이르면 다시 팔자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채수홍 대우증권 서초구 삼풍지점장은 “이번에 나타난 개인매수세는 신규 자금이라기 보다는 그 동안 주식을 팔아치우고 주가 하락을 기다렸던 자금일 뿐”이라며 “현재 증시 분위기는 지수 700선이라고 믿기에는 지지 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수가 700선 붕괴위기에 몰리면서 개인 매수를 자극하기는 했지만 새 자금이 들어올 수 있는 모멘텀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해석이다.
또 투기적인 소형주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지속적인 매수가담을 점치기 어렵게 한다. 여기에 현ㆍ선배율(선물/현물거래대금)이 최근 3~4배 정도에서 지난 23일에는 6.6배로 급증한 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크다. 이는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승훈 대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사이에 지수 조정에 대한 우려가 많아지면서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선물ㆍ옵션 거래대금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