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법인세 인하에 나서면서 다국적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국가를 찾아 대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오는 2015년부터 주요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낮은 20%의 법인세율을 적용한다고 밝힌 영국의 경우 40여개 다국적기업들이 본사이전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4일(현지시간)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영을 인용해 미국과 네덜란드ㆍ스위스ㆍ아일랜드 등에 본사를 둔 상당수 다국적기업들이 영국으로의 본사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티브 발레이 언스트&영 영국 회장은 "40개 이상의 다국적기업들이 영국의 법인세 경쟁력을 이유로 글로벌 본사 및 지역본부를 영국으로 이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발레이 회장은 "이 경우 영국은 연간 10억파운드(약 1조7,000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하는 한편 2,000개 이상의 고소득 임원급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때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국이었던 영국은 이후 높은 법인세율 등으로 기업들이 빠져나가고 세수가 감소하자 세율인하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며 만회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0년 28%에 달했던 법인세율을 2011년 26%, 2012년 24%, 2013년 23%로 단계적으로 인하했으며 2014년 21%, 2015년에는 20%로 낮출 계획이다. 이 경우 미국(35%)ㆍ독일(33.3%)ㆍ프랑스(33%)ㆍ룩셈부르크(29.6%)ㆍ네덜란드(25%) 등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며 G20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일부 다국적기업들은 이미 영국으로 본사를 이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광고회사인 WPP가 본사를 아일랜드에서 영국으로 옮긴다고 발표했으며 미국 보험사인 에이온과 랭커셔홀딩스, 자원개발사인 엔스코와 로완, 자동차 부품업체인 델파이 오토모티브 등도 영국으로 글로벌 본사를 이전했다.
게다가 영국 내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EU 회원국 지위 재협상도 해외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언스트&영이 최근 전세계 투자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투자자들의 72%와 아시아 투자자들의 66%는 영국의 EU 회원국 지위 재협상이 영국으로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3년째 지속되는 가운데 EU의 재정통합에서 한 발 벗어난 영국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선호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영국 정부는 9일 런던에서 글로벌투자 콘퍼런스(GIC)를 개최해 전세계 기업인 및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로드 그린 영국 무역투자부 장관은 "향후 수년에 걸쳐 수천억파운드의 인프라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