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실무회담이 북측의 퇴장으로 결렬되자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돼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한반도 '3월 위기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김정은 후계체제 강화와 군부의 신뢰도에 빛을 내주기 위해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대화의 문이 닫혀 궁지에 몰리거나 자신의 존재를 알릴 필요가 있을 경우 군사도발 등 벼랑끝 전략을 일삼는 것이 북한의 상투수법이라는 점에서 재도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북측의 요구로 어렵사리 이뤄진 이번 군사실무회담은 북한이 진정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도 스스로 차버렸다. 통지문 등을 통해 대화하자고 통사정하던 것과 달리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책임문제로 입장이 난처해지자 적반하장 격으로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고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버린 것이다. 이후 '공보'라는 발표문을 통해 "역적패당과는 상종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막말을 퍼부어 대화에 진정성이 없었음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당국자 간 대화는 냉각기를 가질 수밖에 없지만 북한이 민간단체 등에 대화공세를 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진정성 결여 등 북한의 자세에 변화가 없는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대화를 해도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남북대화 전제조건으로 내건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책임규명 등의 남북대화 원칙을 고수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경제난 해결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도 북한은 남북대화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한 가지 지적할 것은 북이 대화전략이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군사도발에 나설 가능성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속과 겉이 다른 대화전략이 먹히지 않자 우리 측의 관심과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금강산 관광객 피살,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의 각종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대화의 문이 닫혔기 때문에 북한이 또다시 이 같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이 우려한 대로 특수전 부대를 동원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화의 문은 계속 열어두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응징할 수 있는 만반의 안보태세를 갖춰야 한다.